01. 아이가 달리기를 시작한 진짜 이유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온 것에 감사하다.
시기적으로 2023년 3킬로 100일 달리기를 시작으로 태어나서 걷기외에 달리기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무작정 <다르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믿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평생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이
나에게 인간에게
불가능이 아니라는 것을
2024년 서원이가 1학년이 되던 해.. 아이의 강박이 도드라졌다.
문제집을 풀지 못할 정도였다. 책을 읽을 때, 글자를 틀리기 읽으면 처음부터 다시 읽는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강박이라는 괴물이 우리 집에 덮쳤다.
돌이켜보면 예고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예민함 강박, 불안증이 엄마인 나에게도 있었으니까
그 유전자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 것이다. 3살 때부터 발현된 틱이 강박이 되기까지… (중간에 거친 수많은 증상들과 빈뇨증까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아이는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온몸으로 드려냈었다. 그걸 기민하게 캐치하지 못했을 뿐…
상담실과 약물치료를 전전했고, 아이는 강박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나는 정확히 1년 전에 내가 경험한 달리기로 바뀐 내 디엔에이가 아이에게도 이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서원이가 원래부터 운동을 잘하는 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지만
사실은 전혀 아니다.
아이를 데리고 달리기를 했고
아이에게 달리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던 것이
(유치원 셔틀을 태워 보내고, 손을 흔들고, 달려서 아이 유치원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웃으며 다시 손을 흔들었다. 그것을 아이는 무척 좋아했다.)
이식의 시작이었다.
아이는 달리려고 하지 않았다.
힘들다고 짜증을 내고 달리면서 울었다.
그래서 목표를 설정해 주었다. 5킬로 마라톤 접수
그리고 함께 슈퍼마리오, 루이지 코스튬 옷을 뛸 거라고
기꺼이 나를 희생(?)했다. (사실 희생이 아니었다. 그런 주목받는 행동을 아이보다 엄마인 내가 더 좋아하니까)
목표를 설정해 주고
엄마와 함께 묵묵히 달리기 연습을 이어나갔다.
못한다고 짜증을 낼 때는 마냥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자연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때론 화도 냈지만, 끝나고 함께 먹을 아이스크림으로 아이를 꼬시기도 했다.
2024년 10월 3일
아이와 5킬로 마라톤을 처음으로 완주했다.
그 이후로 2026년 2월… 바로 어제까지 아이와 나는 꾸준히 달리고 있다.
달리기의 성과라도 치자면 수없이 많지만
꼭 성과라는 포장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의 강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강박이라는 병에서 자유로워진 아이와 나의 일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