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했다. 분명 10킬로는 절대 못 뛰겠다 했던 아이인

서원이의 첫 10킬로 마라톤



1월 31일, 아침 일찍 일어나 망원동으로 향했다.

길게는 못 뛰더라도 서원이와 함께 10킬로를 뛰는 것이 오늘 나의 목표였다.


평소 7~8킬로까지도 잘 달리던 아이라서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아이는 반감이 심했고, 달리면서 <절대 못 뛰겠다>고 눈물콧물까지 흘려댔다.

우는 아이 달래고 달려서 10킬로를 겨우 채우긴 했지만 평소에 묵묵하게 잘 달리던 아이라 그 반응이 좀 의외이긴 했다.


아이의 일기장엔

“완주를 해서 뿌듯하지만, 10킬로를 달릴 수 있을지 너무 힘들어서 다신 달리고 싶지 않다”라고 적혀있었다.


평소 잘 달린다고 엄마인 내가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

vs 마라톤 공식기록이 있는 것


마라톤 공식기록이 있는 것은 내가 설득을 하러 다닐 필요가 없다.

아이에게 공식기록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작년이라 올해 2월에 여의도에서 열리는 챌린지레이스에 참가신청을 했다.


3주가 지났다.

달리기 연습을 했어야 했지만, 나의 컨디션이 최악이라 푹 쉬었던 기간이었다.


마라톤 하루 전,

아이랑 3주의 휴식기를 깨고 우리는 주로에 섰다.

6킬로만 뛰겠다고 결심하고 나왔는데, 1킬로도 지나지 않아 내 호흡은 엉망진창이 되었고

아이도 평소답지 않게 유난히 힘들어했다.




빨간불이다.

큰일이다.



긴 휴식으로 호흡은 엉망이고 다 빠져버린 근육으로 다리스텝은 꼬이지만,

달리기라는 몸의 리듬을 내 dna가 아이 몸속 dna가 분명 기억하고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걱정이 되는 것은 쉬이 낫지 않는 내 감기… (+보는 사람마다 놀라던 흑빛이 된 내 안색)


아이랑 10킬로 마라톤은 처음이다.



이제 막 10살이 된 아이에게도 대회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듯했다.

피니쉬라인에 서자 한껏 격앙된 그의 텐션이 느껴졌다.


종종 마주치는 11살, 12살 형아들을 보면서, 서원이는 10킬로 달리기는 초등학생이라면 당연히 달릴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 듯했다.

무엇보다 주로에서 만난 다른 마라토너들이 “진짜 멋지다. 최고다. 훌륭하다”를 외쳐줄 때마다

“감사합니다”로 화답하며 페이스를 유지했다.




“서원아. 지금 페이스 너무 좋아. 잘 달리고 있어. 속도를 좀 늦출까?”

“응 좋지 엄마”

대답도 잘하면서 여유 있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병목현상 앞에서 엄마를 따라서 1줄로 달리자는 말에

내 뒤를 따라오면서 텐션을 유지했다.




“어? 이거 3주 전 모습과 완전 다른데???”

3주 전에 10킬로를 달리고, 계속해서 마라톤을 나가기 싫다고 단호하게 말했기 때문에

사실 난 아이가 이렇게 잘 달려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서원아 힘들지 않아?”

“하나도 안 힘들어”





왜일까?

같은 10킬로인데, 코스도 사실 그때와 비슷했던 여의도 한강이었다.

아이에게 1번의 10킬로를 달린 경험은 그의 달리기 세계를 확장시켜 주었음이 분명했다.

너무 멀다고만 느꼈던 그 10킬로의 거리를 두 발로 딛고 달린 아이의 경험은

그를 한층 성장시켰다.




“서원아.. 우리 지금 이 6‘20 “페이스 유지하다가 피니쉬라인이 보이면 전력질주 하자!”


아이는 피니쉬라인에서 전력질주를 했다.

엄마인 나는 숨이 너무 차서 겨우겨우 완주를 했다.






자신의 한계를 깨고 나온 아이와

주 1회 10킬로 달리기를 무난하게 할 수 있는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