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야를 더 넓게 만든 여행에 대해 써보세요.
과거를 회상하면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차지만, 현재와는 사뭇 다른 감정들이기에 그런 감정조차 구겨버리지 않고 곱게 펴서 글로 적어본다. 나에게 여행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자랑하는 “Been there, Done that”의 문장으로 귀결되는 것이었다. 수백 년 된 유물 앞에서 그 가치에 압도되기보다는 옆에서 브이를 하고 우스꽝스러운 포즈로 사진을 찍어 자랑하기 위한 것. 여행은 수고스러운 것인데 굳이?
그럼에도 지영의 첫 해외여행이었던 마카오. 그 나라만의 습도, 냄새가 순식간에 시야를 넓게 펼쳐서 보여주긴 했다.
21살 제주도 여행, 비행기를 처음 타고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되었던 마음은 비행기가 이륙할 때 내는 굉음과 함께 사라졌다. 구름 위 그리고 장난감처럼 보이던 아래 육지의 모습들. 창밖 구름을 더 구경하고 싶어도 비행기를 처음 탄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자는 척을 했던 귀여웠던 21살. (지영아 왜 그랬니?)
마카오에 처음 도착하고 습한 기후에 잔뜩 들떴다. 그 붕 뜬 마음 안에는 지영이가 한 번도 닿지 못했지만 계속 존재한 마카오라는 나라에 대한 떨림이 가득했다.
사실 지영에게 여행은 긴장감과 두려움이었다. 친구, 남편, 그리고 SNS에 자랑하고 싶던 마음이 아니었다면 쉬이 용기 내지 않았을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들로 가득한 것 (안전에 대한 불신 : 이 불안은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온도, 습도, 언어, 음식, 냄새에 대한민국 밖,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장소는 존재하는구나. 처음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도보여행보다는 동남아에서의 휴양이 더 좋았던 지영은 작년 아이들과 남편과 40일간 세계여행을 떠났다.
(첫 여행은 아니었지만 시야를 넓혀진 여행 이야기에 2023년의 세계여행을 빼놓고 말할 수가 없다.)
떠나기 전 지영은 성향상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지면 어쩌나…
오죽하면 23년 9월 9일 집을 떠날 때, 이 집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가득했겠는가.
유튜브나 뉴스에서 접한 미국은 홈리스, 마약, 총기사고 이 3 단어로 집약된 곳이었다.
그런 땅을 밟고 서있다니… 긴장감에 아이들 손을 절대 놓지 않으려고 온몸에 힘이 들어가 걸음걸이 마저 이상할 정도였다.
미국은 넓었다. 무엇이든 다 컸다. 사람도, 쓰레기통도, 하늘도,
시끄럽고 개성 강한 미국인들의 모습이 신기하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이 이런 것이구나… 지영은 비로소 직접 경험하고 알게 되었다.
(흑인들이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대화를 하는데, 눈을 마주치면 말을 걸거나 공격을 하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애써 외면하며 바깥만 쳐다봤던 지영의 모습 ㅎㅎㅎ 우스꽝스럽다.)
미국 시애틀, 뉴욕, 멕시코, 스페인, 이탈리아 땅을 밟아보며
도전하지 않고 안전만 추구하려는 지영의 본성을 깨려고 내내 노력했던 여행이었다.
아이들만큼은 그렇게 안전만을 추구하며 자라지 않았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
엄마 스스로의 삶이 답답하여 아이들에게만큼은 다양한 시야를 스며들게 해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
40대 중반에 자신의 환경의 알을 깨려고 애를 쓰던 모든 날들, 세계여행은 매일, 매 순간 알을 깰 수밖에 없던 환경이었다.
마지막 여행지였던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 시골마을.
아이들은 광장에서 뛰어다니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미끄럼틀을 탔다. 그 모습을 보면서 편하게 일상을 나눴던 순간.
토스카나 작은 마을, 첼로를 연주하며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던 거리의 첼리스트
행복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가족의 식탁 위에 있다.
돈보다 그 위에 일상의 알아차림이 있다. 그것을 깨닫게 된 여행.
로마의 판테온에서 이곳에 왔다는 사진을 남기기보다 라파엘로의 무덤 앞에서 시간을 초월한 힘을 알게 된 여행.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직접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건 시야가, 중요하게 보는 가치가
돈이나 인정에서 시간의 힘과 가치, 사람의 숭고한 노력 재능으로 넓어졌다는 증거이다.
넓은 시야를 보게 되는 힘은 그렇게 지영의 뿌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