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한시까지 잉크를 찍어서 찍는 펜( 해리포터에 나올 법한 깃털 펜입니다. 펜 촉을 뺐다 꼈다 할 수 있는 펜인데 정확한 명칭을 알고 계시는 분이 계시다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써내려 갔다.
티브이는 꺼졌고 내 주변에는 오직 사각사각 그 깃털 펜으로 글씨가 써내려나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큼지막하게 답장을 쓰고 있노라면, 괜히 글씨가 엉망인 것 같아 민망하면서도 이것도 '나'려니 싶어서 그저 최대한 사선으로 올라가지 않고, 글씨가 점점 작거나 점점 커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면서 정성스러운 편지를 썼다.
그리고 가장 최근까지 편지로 안부를 물었던 친구에게도 편지를 썼다. 물론 어플을 사용해 금방 전하는 말도 있었지만 어릴적 낭만이라며 집도 가까운데 굳이 편지를 쓰고 우표를 붙여 편지를 보내고 또 답장을 기다렸다. 우리들만의 낭만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에게 보낼 편지를 쓰고 아침이 되어 우체국으로 갔다.
혹시나 어떤 우표가 나왔을까? 어떤 우표 그림일까 기대하면서 어떤 순간을 기다렸다.
우리의 낭만의 마침표를 찍을 우표를 붙이는 순간을 말이다.
하지만 결제를 마치고 다 되었으니 카드기에서 카드를 뽑아달라는 안내를 받기까지
우표를 나의 한 꼬집 남은 낭만을 고르거나 볼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그저 전산과 어떤 스티커 하나로 편지를 보내는 과정은 끝이 났다.
뭔가 아쉬웠다. 예전에는 예쁜 우표를 사기도 하고 캐릭터 우표를 사기도 했고 크리스마스나 신년 우표를 사기도 했었는데 말이다.
그 우표는 풀이 있다면 우아하게 풀로 붙이거나 급하면 혓바닥을 낼름 내밀어 침을 묻혀 어떻게든 붙이던 그런 낭만이 있었는데 이제는 너무나 깔끔하고 칼같이 전산으로 끝나버리는 시대가 되었다.
문득 내가 더 늙은 것 같고, 아쉽다.
어떤 작은 낭만이 사라져버린 아쉬움을 알았는지 괜히 오늘 부는 겨울 바람이 더 냉정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