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편지지를 고른다.
팬시점에 들러서 고르기도 하고
예전에는 엠알케이(mr.k) 와와109(wawa109) 같은 잡지에서 정성을 다해 편지지를 자르고 풀칠해서
하나라도 독특하고 귀여운 편지지를 찾아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맨날 만나는 친구인데도 편지를 전한다.
그런 기억을 가진 나는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편지를 주고 받는것은 극히 드물어졌다.
그런 나에게 연하장이 왔다.
우체국에서 연하우편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문구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푸른색으로 쓰여진 편지는 볼펜으로는 남기기 어려운 흔적으로 꾹꾹 눌러쓴 흔적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글씨에 퍼진 잉크의 모양이 만년필로 적힌 글 같았다.
연하장을 받아 읽어보고나니 잔잔한 감동을 이긴 호기심이 편지를 보낸사람에게 카톡을 남겼다.
시간을 들여 편지를 받았는데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카톡으로 질문하는 나는 참 멋대가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궁금한 것을 어쩐단말인가.
"이거 만년필로 쓰셨어요?"
편지를 쓴 사람 역시 빠른 답장이 돌아왔다.
"맞아요. 어떻게 알아보셨네요"
새해 맞이 연하장에 만년필로 적은 한 글자가 뭐라고 감동을 준다. 문득 나도 답장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일하는 아파트는 연초에는 바쁘다. 바쁘지 않은 듯 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지만 바쁘다. 어떤 날에는 오전에 화장실 한번 다녀올까 싶게 바쁘다. 이러니 우체국 다녀오겠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는데 기회가 생겼다.
감사하게도(?) 관리비를 여러달 연체하시고, 연락도 안되고, 찾아가도 없고, 우리는 관리비를 받을 방법이 없었다. 경리대리님과 소장님은 회의 끝에 내용 증명을 보내기로 하셨다. 그리고 내가 아파트로 출근하는 길에 있는 우체국에 들려서 내용증명을 보내고 출근을 하라고 하셨다.
나름 정정당당한 외출로 답장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오랜 친구에게도 하나 보내고,
나에게 먼저 연하장을 보낸 나의 첫 출판사에게도 보낼 수 있게되었다.
오랜만에 책장 깊이 잠들어 있던 만년필을 꺼냈다.
잉크를 톡톡 찍어서 쓰는 만년필인데 감성적이게도 깃털도 달려있다.
마침 새벽이 다가오고 있다.
감성적이기에 딱 맞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