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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의 가시 다듬기2

by 김주임 Jan 31. 2025

늦은 밤 도착한 곳은 앞에는 산과 강줄기. 뒤에는 작은 시골마을이 다였다. 청명했던 날씨 덕에 투명한 밤 하늘에 별들이 빼곡했다. 빈 하늘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찬 별들은 당장이라도 내 눈 앞에 쏟아질듯, 잡을 수 있을듯 가까워보였다.


텐트 설치하고 짐 내리고 잠잘 자리를 빨리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임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다. 그 순간 직장에서의 일도 잊고 가시도 잊고 어린아이같은 마음이 되어버렸다. 추위도 잊고 졸린 것도 잊고 한참을 바라보니 부모님 생각이 났다.


“엄마랑 아빠가 보셨으면 진짜 좋아했겠다”

“그러게. 근데 이제는 텐트 빨리 쳐야되”


놀랍도록 이성적인 남편의 말에 되는대로 정리를 했지만 순간순간 하늘을 올려다볼 수 밖에 없었다. 인생 통틀어 이런 하늘은 진짜 처음이었다. 감탄밖에 나오지 않고 계속 올려다보게되는 하늘. 별들이 가득해서 다른 것들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하늘.


텐트만 빨리 치고 짐들로 텐트가 날아가지 않도록만 임시 고정을 했다. 늦은 시간이니만큼 끈과 캠핑용 못으로 고정하는 것은 민폐여서 구석구석 짐을 놓고 제발 날아가지만 말아달라 기도했다.


잠자리는 차 트렁크에 마련했다. 뒷자리 의자를 앞으로 접어 트렁크를 넓히고 트렁크와 의자간에 높이를 맞춘다. 차에서 자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에어매트를 깔고 담요를 깔고 최대한 외풍을 막는다. 손난로 핫팩이 여러개 붙어져 넓은 사이즈로 나온 제품을 깔고 보조베터리를 이용한 전기담요를 깐다. 마지막으로 운전자석과 조수석자리. 우리가 누울자리를 담요로 막는다. 급하게 정비했지만 나름 안락한 잠자리가 완성되었다.


내일 밤도 황홀한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잠든 다음날은 흐렸다.


자고 일어난 아침. 밤이라 몰랐는데 우리가 잡은 자리는 약하게 경사가 있는 자리라 일어나 텐트에서 한 첫 일은 경사를 완만하게 땅을 고르는 것이었다. 단순한 작업은 집중도가 높다. 있는 도구로 땅을 고르게 하자! 이 단순한 목표 앞에 다른 생각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텐트를 단단히 고정하고 한숨 돌리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단순한 노동 끝에는 참이 있어야한다. 이렇게 지연에 나와 머리를 식히는 것도 결국은 돌아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을 해보자는 마음을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잘 쉬러 온 것이다.


그때 밖에서 삐삐삐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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