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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by 김주임 Jan 21. 2025

일이 잘 되는 것도 잘 되는 것이고 돈도 돈 이지만, 요즘은 무엇보다 건강하라는 인사를 한다. 건강하지 않으면 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아프다가 나아지기도 하고 영원히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 가족은 코로나로 떠나보낸 사람은 없다. 늘 조심하고 안부를 물으며 건강을 기도했다. 마스크를 하며 긴 인고의 시간 끝에 드디어 맞이한 자유는 달았다. 


 코로나가 지나간 이후로 독감 예방주사도 꼬박꼬박 맞는다. 아프더라도 덜 아프고 싶어서. 그리고 이번 겨울 감기 증상이 역대급으로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기약 먹고 잘 쉬고 약 먹고 쉬면 괜찮겠지.'


이런 안일한 생각속에 엄마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다. 핸드폰 넘어 들리는 목소리는 바람빠지는 소리로 겨우 소리 비슷한 것을 내는 엄마였다. 


"응응!! 아휴 감기... 말 하지마 아파. 쉬어"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도 한참이나 엄마의 원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정도로 심하게 감기 앓던 사람이 아닌데 길게 고생해서 단순히 이번 감기는 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어제 천사같이 나를 챙겨주는 언니가 있다. 농담도 다 믿고, 장난도 다 믿는 착한 언니의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부고였다. 어쩌다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착장으로 출근했던 나는 집에 도착한지 얼마 안되서 바로 집을 나섰다. 


우리 집에서 차로 약 40분정도 걸리는 거리. 나는 그대로 코트를 입고 출발했다. 처음가는 곳의 장례식장을 언니와 네비게이션만 믿고 갔다. 가는 길은 왜 이렇게 또 어둡고, 앞 뒤 옆으로 같이 운전하고 가는 차도 없는지. 진짜 무서웠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이번 감기가 심해서 죽는 사람이 많아 장례식장을 정하기는 했지만, 바로 장례식을 치룰 수 없다는 소식을 받았다. 그때 눈치 없는 네비게이션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단순한 부고 소식만을 들었을 때보다 더 슬펐다. 돌아가셨지만 바로 보내드리지도 못하고 안그래도 추운 겨울 날씨에 더 차가운곳에 더 계셔야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우리 아빠같아서 괜히. 진짜 대문자 F같이 내가 아빠한테 만년필 사드리지 못한거. 전화 자주 못한거. 테니스 라켓하나 못 사준거. 그런 후회되는 것만 생각나고 주책맞게 눈물이 더 핑 돌았다. 


주책맞은 나의 감정과 눈물을 정리하고,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감기로 죽는 사람이 많아서 장례식도 바로 들어갈 수 없고, 화장도 엄청 먼 곳에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장지로 모셔야 한다고 했다. 그나마 1~2일 뒤에 바로 장례식을 할 수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누군가가 취소해서. 


언니도 그 장례식장에 없고 나는 쓸데없이 깊이 공감한 내 감정과 주책맞은 눈물과 함께 다시 깜깜하고 동행하는 차 없는 그 길을 되돌아갔다. 익숙하고 그 장례식장이 있는 그 곳보다 밝은 우리 동네로. 길건너 엄마집이 있는 곳으로. 


무사히 감기가 나아준 엄마가 장하고, 아직 감기에 걸리지 않은 아빠가 자랑스럽다. 

이 겨울에도 테니스를 치러가는 아빠한테 감기걸리니까 조심하라고 잔소리를 한바가지 하고 싶은데, 그 잔소리가 나중에 후회될까봐 속만 끓이다가 그냥 말았다. 


건강하시니까 테니스도 치고 만년필도 사 주시는거지. 

그렇게 감사하자. 


모두들 건강하세요. 그게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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