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을 얻기 위한 1분 전달력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나 나름대로의 나이에 대한 기준이 있다. 말을 할 때 장황하게 군더더기를 붙여서 설명하면 거의 대부분이 연세가 드신 분들인 경우가 많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다르긴 하겠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내가 판단한 것에 대해 심증을 더 굳히게 된다.
모임에 가서나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람들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노파심에서 그러는 것인지는 몰라도 과정을 자세하게 그것도 아주 지루하도록 설명을 한다. 듣고 보면 결국 버스를 놓쳐서, 아니면 급한 전화를 받다가 늦었다는 얘기이다. 늘어지도록 설명을 한 후에 결과를 말하는 것인데, 듣다 보면 따분하다 못해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별것도 아닌 것을 별 것인 양 풀어서 설명하는 능력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핵심을 말하지 못하고 에둘러서 돌려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다 보면 무료하다 못해 답답하기까지 하다. 진정 명료하게 말하는 사람을 만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런 소망을 갖다가 차라리 나 자신이 분명하게 핵심만 말하는 것이 낫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이때 만난 책이 <<1분 전달력>>이다.
책에 따르면 우선 사람들은 상대가 하는 말의 80%는 듣지 않기 때문에 1분 내로 요약해서 말을 해야 된단다. 따라서 1분 내용 요약되지 않는 말은 몇 시간을 이야기해도 전달되지 않는다. 때문에 1분 안에 전달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비처럼 날아가서 벌처럼 톡 쏘는, 짧지만 강렬하게 표현해야 하는 이유이다.
80%나 듣지 않는다는 것은 들은 것의 대부분을 흘려버린다는 의미이다. 어떻게 해야 말하는 이에게 집중을 하게 할까. 읽으면서 더 고민이 많았다.
책 읽고 독서 토론하는 논술 수업은 대개 3시간으로 이뤄진다. 제대로 읽어 왔는지 확인 작업하고 토론 후에 글의 뼈대를 세워 글을 쓰게 한다. 아이들이 지루해 할까봐 한 시간 수업하고 10분을 쉬는 시간으로 하고 있다. 아이들을 지금보다 더 집중하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여겨봤던 것이 3단 피라미드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1분 전달력의 핵심으로 이를 얼마나 튼실하게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3단 피라미드로 말을 하고 아이들도 거기에 맞춰 쓰게 하면 좀 더 밀도 높은 수업이 되리라
피라미드를 제대로 구축했다면 그것을 그대로 듣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면 됩니다."제 주장은 이렇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인데 첫째는 이것, 둘째는 이것, 셋째는 이것입니다"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실제로 저는 피라미드 구조로 스토리를 만들어 전달한 뒤 상대의 반응이 확연히 달라진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전에는 별생각 없이 이유를 장황하게 늘어놓았습니다. 그래서 듣는 사람들도 제 말을 흘려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피라미드 구조대로 전달하면 상대도 듣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강연에서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라며 손가락 세 개를 세워서 보여주는 순간, 듣는 사람 모두가 손을 움직여 필기를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 이 기술을 반드시 시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듣는 사람은 "세 가지입니다"에 의외로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 <<1분 전달력>> 중 <근거는 세 가지-피라미드로 '짜임새'를 공유하자> 73쪽
3단 피라미드는 "결론 -> 근거 -> 예를 들면"이라는 순서로 글을 작성하거나 말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패턴을 만들면 패턴에 따라 사고가 진행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다. 듣는 사람도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에 의사소통도 원활하다.
3단 피라미드를 활용했을 때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결론부터 내니까 듣는 이가 말하는 이에게 몰두할 수 있다. 요즘은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스스럼없이 스마트폰을 꺼낸다. 말하다 신경이 쓰여서 쳐다보면
"말해요, 다 듣고 있으니까"라며 검색을 하거나 문자를 읽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기는 멀티에 능해서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건성으로 듣는 경우가 많다. 듣는 사람하는 이에게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3단 피라미드의 활용을 적극 추천한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고 논리적인 근거를 내세워 타당성을 확보한다. 그런 다음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신뢰성과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 깔끔하고 간단하게 말을 함으로써 정중하게 의도한 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을 위해서라도 1분 전달력은 의미가 있다.
2030 직장인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나는 타임 푸어"라고 응답한 이들이 많아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일에 쫓겨 개인만의 시간이 없는 '타임 푸어'를 느끼기에 체력과 건강관리는 물론 대인관계까지도 포기했단다. 이런 현상에 기대어 영화나 책, 뉴스 요약 등을 요약해 주는 서머리 산업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다못해 유튜브에 선 편당 1 시간짜리 인기 드라마를 30분으로 요약한 영상도 있다. 1030 타깃의 신생 벤처기업인 스타트 업들은 시사 교양 보도 TV 프로그램을 5분 정도의 요약본으로 유통할 계획이란다.
시간에 쫓겨 자기 스스로 타임 푸어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비단 2030 세대만이 아니다. 모두들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소연을 한다. 누군가에게 의해서 무엇인가에 떠밀려서 우리 모두들 살아내고 있다.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주부들은 주부들대로 다들 시간이 없다고 아우성을 친다. 이런 사람들과의 대화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간결하게 핵심만 먼저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모두는 복잡한 이야기를 단순하게 핵심만 말해주기를 원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것도 짧게 전달해 주는 사람을 요구하고 있다. 이 책은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회장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 데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대화할 때 활용하면 더욱 유익한 기술이다.
3단 피라미드를 제대로 활용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1분 내에 전달할 수 힘을 기르고 싶다. 상대를 지루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상대의 귀한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기 위해서라도 1분 전달력은 필요하다. 오죽하면 '엘리베이터 스피치'가 각광을 받고 있을까.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릴 때까지의 짧은 시간 내에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1분 전달력. 나비처럼 날아가 벌처럼 톡 쏘는 대화를 이끌어 언어의 힘을 증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