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그린 아포리즘, 시로 엮은 한 줌 에세이
-진순희
곱사등이 화가가 그린
시들지 않는 꽃-연밥*에는
어느 사내의 절망이 들어있다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불면의 밤이 들락거렸다
앙상한 줄기에 매달린 연밥 네 송이
바닥으로 척추를 꺾었다
샤워기를 닮은 연밥
샤워꼭지는 한 방울의 물기조차 없다
어느 날 꺾인 줄기처럼
더는 자랄 수 없는 생의 꽃
마지막 생이 저렇듯
생기를 잃고
삶의 끝자락에서 아슬아슬 버틴다
그림 속 꽃병은 지금 마른 연밭이다
*추락 사고로 제대로 자라지 않는 신체장애를 지닌 프랑스 화가 로트렉처럼 척추만곡이라는 불구의 몸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한국의 로트렉”으로 불리는 손상기(1949~1988)의 <시들지 않는 꽃-연밥>
-진순희
삶이 꽃처럼 피어야만 가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연밥처럼, 이미 한 계절을 지나온 자리에 고요히 매달려 있는 모습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꽃을 피우지 못한 날들이 있었다 해도 지난날들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워진 연밥의 구멍마다 밤의 숨결과 고요한 통증이 스며 있고, 그 텅 빈 자리에 오히려 더 깊은 마음이 자라나니까요.
삶이 굽었다고 해서 존재의 뜻까지 꺾이진 않습니다. 척추가 휘어져도 붓을 놓지 않았던 한 화가처럼, 우리는 각자의 휘어진 줄기 위에 하나의 의미를 조용히 매달 수 있습니다. 꽃이 지고 난 자리에 남겨진 연밥은 시든 것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견뎌낸 생의 자국입니다.
때로는 피는 것보다 견디는 것이 더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마른 꽃병 속에서도 생은 끝나지 않습니다. 삶은, 시들었으되 시든 적 없는 마음으로 조용히 피어나려는 의지를 품고, 오늘도 누군가의 가슴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마른 연밭은 누구의 마음속에나 하나쯤 있습니다. 물기 없는 꽃병 속에서도 삶은 조용히 피어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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