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확~찐자입니다

유머는 힘이 세다

by 진순희

코로나는 공평하다


코로나로 온 세상이 뒤숭숭하지만 학원계는 아예 불에 타 검게 그을린 땅이 되어버렸다. 코로나가 길어지다 보니 아이들의 쉬는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은 쉬지만 임대료는 쉬지 않고 제 갈길을 가고 있으니 하루하루가 부담이다. 수업을 연기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정말 앞날이 불투명해 망연자실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나누는 대화들도 모두 다 부정적이다. 이제 학원도 사양 산업에 들어섰다는 맥이 빠진 대화들만 오고 간다. 아이들도 안 낳아 식당 다음으로 사양 산업으로 등극했다는 업계의 분석도 있다.


이제 직업을 바꾸든가 아니면 그만 접어야 되나 보다고 한숨이 전화기 너머로 전해진다. 평생 한 일이라곤 가르치는 일밖에 없으니 돈을 추렴해서라도 어르신 유치원이라도 하자고. 어르신이라도 가르쳐야 될 모양이라고 또 가느다란 희망을 걸며 지나가는 말을 한다.


듣다 못해 생뚱맞게 “우리가 어르신인데 무슨 어르신을 가르쳐요? 우리가 어르신 유치원에 등록해야 되는 것 아녜요? 하니까 껄껄 웃으며 "듣고 보니 말이 되네 " 하면서 곧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걱정으로 걸려온 전화가 나의 어이없는 유머에 훈훈하게 전화를 끊었다.


웃음 1.PNG


국어 모임 카페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교육청 감사받은 얘기가 올라왔다. 감사받은 분께서 그 내용을 정성껏 공유하였다. 경기도 힘든데 점검해서 죄송하다면서 15분 정도 하고 갔단다.

“<타 학원 지도점검 상황 브리핑>”도 길게 올려놨다. 의심자 생겼을 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10가지 정도 질문하고 확인했단다. 단톡 방에 있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자료 공유해줘서 감사하다며 또 엎친데 덮친 격이며, 정말 힘들다며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또 00 지역의 학원 선생님은 00 학원연합회에 불만을 써낸 어느 분의 사연을 올렸다. 00 지역 학원의 70% 이상이 휴원을 한 상태인데 서울의 학원들은 24%만이 휴원을 했다고. 제대로 된 대책을 강구해야 되는 건 아니냐는 원망 어린 내용이었다.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서만 걱정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옆 건물도 공시지가 상승으로 건물주가 임대료를 또 올렸다고 죽집, 고깃집, 식품점 사장님들이 울상을 지었다. 그 건물은 임대료 올리지 않았느냐고? 하기에 아이들이 안 오고 있는데 임대료를 올리면 안 되지요? 했더니

무슨 소리냐? 식당도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안 오는 데도 올렸다고 항변을 했다.

코로나는 참 정치적이다. 정치인들이 부르짖는 공정과 공평을 단번에 이룩하니 말이다. 지방과 서울을 넘어서 해외까지 코로나는 공평하게 활약을 하고 있는 중이다.


뉴질랜드에 있는 친구도 소식을 전해왔다.

뉴질랜드도 어제부터 약국ㆍ주유소 마트 외엔 모두 클로즈되고 옆집도 가지 말라고 했단다. 늘어나는 확진 추세에 어제 총리가 제일 강한 4단계를 발표해 서울 가는 길이 더 멀어지고 있다고 애통해했다. 심심해서 압력밥솥에 당근 케익을 만들었다고 카톡에 올려놨다. 만들기 간단하다고. 주황색으로 물든 당근 케이크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당근빵.PNG 이게 바로 확~찐자로 만들게 한 당근 케익

근데 그다음 말이 압권이었다. 들어앉아서 먹기만 하다 보니 살이 확~찐자가 됐단다.

"나야말로 살이 확~찐자야". 카톡 문자를 본 순간 빵 터졌다.

어머 어머 얘는 학교 다닐 때도 긍정의 아이콘으로 우리를 웃게 만들더니 나이 들어서도 그 유머는 녹슬지 않았네 싶어 한참을 웃었다. 요 근래에 우울한 얘기들만 듣다가 유머스러운 내용을 접하니 마음도 몸도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웃음 바이러스가 필요하다

유머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생각을 하고 하던 차에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다. 『RE 유머가 이긴다』에는 웃느냐, 웃지 않느냐, 웃기느냐, 웃기지 못하느냐의 차이가 성공과 실패로 갈라진다고 얘기한다. 유머의 중요성을 말하며 유머로 성공한 사례들이 나와 있다.


이를 테면 군밤 파는 트럭의

고요한 밤- 3 ,000

거룩한 밤- 4,000원

어둠에 묻힌 밤 - 5,000원

이 적혀있어서 거룩한 밤을 사 먹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 12월의 바람이 매서웠던 날, 압구정 거리에서 또 다른 군밤 트럭을 만났는데 거기에는 “완전히 까진 군밤

- 5000원”이 붙어있었다. 밤을 사 먹으며


“광고 문구를 한번 바꿔보세요. ‘발랑 까진 군밤’이라고요. 그러면 판매가 늘어날 걸요?”


주인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묵무부답이었다. 머쓱해진 저자는, 똑같이 빈손으로 시작해 똑같이 ‘군밤’을 팔아도 ‘유머’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유머는 상대방의 지갑을 열만큼 힘이 있기 때문이란다.


책에 나온 사례 중에 재미있는 대목이 많아 소개한다.

삼성 사장단 강연에 초청되어 갔을 때 한 얘기란다.

“제가 마라톤에 도전했다면 믿으시겠어요? 처음 참가한 마라톤 대회에서 저는 선두, 중간, 후미 중 어디에 속했을까요? 네, 마지막이죠. 그러다 보니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내가 꼴찐가?’ 그런데 내 뒤로 뚱뚱한 사람이 뛰어오는 게 보였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죠. 그런데 그걸 그 뚱뚱한 사람이 봤나 봐요. 막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더라고요. ‘야, 너 나보고 비웃었지? 너 꼴찌로 달리는 게 어떤 기분인지 맛보게 해 줄게.’ 그리고는 그 사람이 막 달려가더니…, 기권했어요.”
웃음이 터졌다. 이 조크가 웃기지 않는다면 취직할 생각은 하지 마라. 사장이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왜냐고? 바로 이것이 수평적 사고를 키워주는 유머의 힘이니까. 이런 조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유머 감각이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수평적 사고는 물 건너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소통이 불가능할 것이다. 소통이 불가능한 사장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_ [Chapter 01. 위기의 순간, 유머가 필요한 이유]17-18p


“골목마다 편의점 천지라서 그런지 모든 게 1+1이다. 대통령을 뽑았더니 최순실이 딸려왔다.”
“햄버거 체인점 버거킹에서 한 손님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었다.
‘매니저 나오라고 해! 장사를 이따위로 할 거야? 손님이 왕인 거 몰라?’
그러자 아르바이트생이 이렇게 말했다.
‘손님, 저희는 버거가 왕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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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엔 화폐의 모델로 일본의 국민작가인 나쓰메 소세키가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칠 때의 일도 소개되어 있다. 한참 강의를 하는데, 주머니에 손을 집어 놓고 있던 학생을 발견해 호통을 쳤다.

“이봐, 학생. 호주머니에서 손을 빼! 예의를 지켜야지!”
그러자 그 학생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도 빼고 싶지만 손이 없습니다.”
교실은 이내 차갑게 얼어붙었다.


“음, 그랬군. 나의 실수였네. 하지만 나 역시 없는 지혜를 짜내서 가르치는 척하고 있으니, 자네도 없는 손이라도 빼주는 척하게나.”
그러자 우렁찬 박수와 함께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고 한다.


많이 배우고 현란한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보다는 아주 짧고 간결한 말로 핵심을 찌르거나 깊은 감동을 주는 유머 한마디를 구사하는 사람을 우리는 더 좋아한다. 왜냐하면 촌철살인의 유머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살이 확~찐자’라는 고백을 듣고나니 아이구! 코로나, 얘도 때가 되면 지나가겠지 하는 느긋한 마음도 생겼다. 이처럼 유머는 웃음으로써 내가 처해 있는 힘든 상황을 잠시 잊게 해주기도 한다. 또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하는 힘이 있다.

유머는 위기를 뚫고 나가게 하는 저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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