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순희 Jun 10. 2020

나 스스로가 나의 팬이 되어보자

세계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뉴스 본 지 참 오래됐다     


나의 관심사나 공부조차도 교육정책에 좌우되고 있다. 외부 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마음 잡고 뉴스 본지가 꽤 오래됐다. 논술이 강화될 때는 신문도 부지런히 보고 스크랩도 열심히 했건만 논술의 힘이 약해진 지금은 신문도 덜 보게 된다. 기껏해야 인터넷 뉴스 보는 게 고작이다.     

 

이런 나를 반성하게 하는 책을 만났다. “나를 지키고 이끄는 삶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라는 부제를 단 조주희 작가의 『우아하게 저항하라』이다. 저자의 이력이 화려하다. 현 미국 ABC 뉴스 한국 지국장으로 30여 년 동안 미국은 물론 싱가포르, 홍콩, 한국 등 아시아 전역의 국제정세를 전하는 외신기자이자 미디어 전문가이다. 미디어 전문가 답게 뉴스를 보지 않는 지금의 현실에 우려를 표한다.     

 


요즘은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세상일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가끔 신기하다고 느낀다. 무인도에서 혼자 사는 것이 아닌 이상 나를 둘러싼 이 세상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우아하게 저항하라』, 191쪽     


조주희 작가는 세계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서 “명망 있고 신뢰도 높은 언론사의 뉴스”를 보라고 조언한다. “다 읽지 못하더라도 제목만이라도 훑는 훈련”을 해보라고 말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활용해서 외국의 좋은 다큐멘터리들도 찾아보면 시야를 넓히고 시류를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간곡히 전한다. 넷플릭스 폐인이 돼 새벽까지 미드만 보는 나 자신이 뜨끔했다.   

   

영어로 생산되는 정보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영어를 읽고 해석할 수만 있어도 세계가 확장된다고 나이에 상관없이 “영어는 공부하자”라고 힘주어 말한다.  

나 또한 영어 공부에 대한 갈급함이 항상 있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연유에는 고등학교 때 만난 영어 선생님의 영향이 크다.      


학창 시절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크나큰 축복인데 우리 학교 영어 선생님은 혼비 영영사전으로 영어를 읽게 할 만큼 열정적이셨다. 게다가 학생들을 혹하게 하는 신비함까지 갖추셨다. 영어를 열심히 하게 되면 어느 순간 집중이 되면서 공중부양까지 할 수 있다고 우리들의 혼을 쏙 빼놓으셨다. 공중부양을 하게 되어 머리가 천장에 닿아 교실 앞에서부터 뒤까지 날아다닐 수 있다고 했다. 액면 그대로 믿은 것은 아니지만 ‘영어가 되면 날개 달린 것처럼 자유롭게 된다는 말이겠거니’ 은유적으로 해석하며 영어를 사모하는 마음을 키웠다.      


내친김에 조주희 작가의 <강연 100도씨>를 봤다. 단아한 모습으로 나를 위한 욕망을 가지라며 욕망과 탐욕을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욕망이 “부족함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사전적인 의미까지 언급을 하며 ‘욕망’은 탐욕과는 의미가 다른 것으로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우아하게 저항하라』의 서문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레지스탕스다>에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야말로 아름다운 욕망”이라며 “순수하게 꿈꾸고 노력하는 건강한 욕망은 내 삶의 원동력이 되었고, 그렇게 쌓아온 내 삶과 커리어는 아주 단단해졌다”고 고백한다.      


나 역시 늘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그 나이에 그렇게 공부해서 어디다가 쓰겠냐며 이제는 내려놔야 된다고 비워야 할 때라고 말한다. 심지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안도했다. 내가 가진 욕망이 그저 탐욕이 아닌 건강한 욕망이었으며 이것이 나를 채우고 주변을 빛나게 하는 것임을 이해받을 수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워크맘이 된다면     


건강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지해줄 동료나 주변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여성들을 “일자리에서는 남자들의 뒷자리에 앉히면서도 접대 자리에서는 꼭 남성인 주요 인물의 옆자리에 배치하는 이율배반적이고 불평등한 관습과 문화”로 인해 오기와 저항심을 갖게 만들었다고 했다.   

    

책에는 조주희 작가의 모교인 조지타운대학교 교수였으며 미국의 전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의 연설을 소개하고 있다. “지옥에는 다른 여성을 돕지 않은 여성들이 들어가는 특별한 곳이 있다” 며 여성들끼리의 연대를 강조한다. 성공을 위해서라도 여성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응원하는 동료들과 함께 해야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1~3명 정도끼리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은 여성들은 홀로 각개전투 한 여성들에 비해 2.5배의 권력과 보수를 받는 위치를 차지했다고 한다. 연대를 통해 직장 내의 엄마 같은 존재인 누군가의 ‘워크맘work mom'을 자처할 때, 워크맘 역할을 하는 멘토나 멘토의 관리를 받는 멘티, 이들 모두 더불어 성장할 것임이 분명하다.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고 하는 풍조가 남자들에게는 흔한 현상이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홀로 고군분투한다. 게다가 후배들을 끌어주고 키워주고 싶어도 여자들 스스로가 꿈이 너무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2019년 5월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가 서울에서 열렸는데,
이날 컨퍼런스에서 나온 구호가
 “Aim high and just go for it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향해 가라).”였단다.
 스스로 자신의 꿈과 목표를 제한하지 말고 원대하게 정하라는 뜻이리라.      



내 안의 나와 싸우기

 

항상 내 능력보다 조물주가 크게 나를 쓰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감사한 마음이지만 문득문득 내 실력이 과도하게 포장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때면 괜히 우울해진다.  나와 같은 평범한 여성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데 유명인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미셸 오바마는 오마바 재단 주최로 말레이시아 쿠알라 룸푸르에서 열린 차세대 지도자를 을 위한 행사에서  “나도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가면증후군이 있었다"면서 "많은 남성들이 고위직으로 가는 걸 당연히 여기지만 그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싸우라"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수상 소감을 통역했던 영화감독이자 통역가인 샤론 최도 자신의 능력에 안절부절못했다. 그녀는 “'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과 싸웠고, 대중에게 사랑받는 사람의 말을 잘못 옮길 수 있다는 불안감과 싸웠다. 유일한 치유법은 무대 뒤에서 10초간 명상을 가지며 ‘사람들이 보는 것은 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라고 미국의 연예매체인 <버라이어티>에 글로 풀어낸 바 있다.  


『우아하게 저항하라』에서도 여성들이 높은 위치에 오르고 권력을 갖게 되면 오히려 위축되는 것을 보며 의아한 때가 많았다고 토로한다. ‘가면 증후군’이 성공한 여성들에게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특이할 만한 일은 아니다. 똑같은 의미이지만 『소셜 애니멀』에는 “사기꾼 증후군”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소셜 애니멀』의 성공한 여성인 주인공 에리카가 몸담고 있는 곳은 케이블 회사인 인터콤이다. 에리카는 이 회사가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처하자 30년 동안 그 회사에 몸담은 레이먼드와 발키리 작전을 펼친다. 회사가 망해가도록 놔둔 CEO인 테거트는 상황 파악도 못하고 인수 • 합병 작업이 끝나면 업계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헛소리를 한다. 이에 레이먼드가 테거트에게 몇 가지 제안을 하겠다며 단상에 올라간다. 단상에 오른 그는 에리카에게 올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그 순간 에리카는 “사기꾼증후군의 끔찍한 파도가 몰려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에리카와 레이먼드는 성공적으로 연설을 해 결국은 회사를 뼛속까지 이해하고 있는 레이먼드를 CEO로 앉히는 데 성공한다.


에리카가 사기꾼증후군에 시달렸다고 하는 것처럼 성공한 여성들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해서 찬사를 받을 때 조차도 속으로는 운 때문이었다고, 이것은 분명 내 실력이 아니었다고 불안해한다. 심지어 이런 사실이 드러날까 봐 노심초사하기까지 한다.    

  

나의 팬은 내가 되기     


살아가면서 느끼는 거지만 나를 구원하는 것은 나 자신밖에 없다. 불안할 때마다 흔들릴 때마다 비록 절망에 빠졌을 때라도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내면의 소리를 듣고 내 안에 응축되어 있는 힘을 적절하게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다른 사람의 팬이 되기 전에 자기 자신의 1호 팬이 되어보자.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은 눈빛과 얼굴에서 광채가 난다.  

   -『우아하게 저항하라』, 121쪽     


나에게 허락된 선에서 ‘아름다운 욕망’을 갖고 세계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스스로 나의 팬이 되어 나를 현명하게 가꾸려 한다.


이 말을 가슴에 새겨 두리라.

“Aim high and just go for it!”  


그나저나 조주희의 자의 풍성한 머리숱이 제일 부럽네.   


             

이 책은 성장판 서평단에서 지원받은 책으로 저의 주관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작가의 이전글 수행평가로 하는 생활시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