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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n 11. 2020

패권국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미래를 알고 싶을 때 지나간 일을 살펴라

데자뷔, 어디서 본 듯하더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를 훑어보며 어쩐지 익숙하다 했다. 글의 내용이나 그 내용을 전개하는 형식이 많이 읽어본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가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를 쓴 미야자키 사사카츠였다.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는 하나의 에피소드를 한 면에 두 쪽씩 편집이 되어있어 스낵 하나 집어먹듯 읽어내던 기억이 난다. 연대별로 연표를 그리며 아이들과 부담 없이 읽었었다. 내신 대비하는 아이들에게 배경지식을 확장하기 위해 교재로 활용했던 책이다. 뭐랄까 상식을 넓게 하는 데 유용했던 책이라 할까.   

   

이번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는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의 심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가 시간의 흐름에 의한 통사적 접근인데 반해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는 공간의 속성으로 비교한 점이 다르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도 연대기적으로 접근한 것은 맞다. 하지만 좀 더 심도 있게 패권의 역사로 다가갔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책은 1부 <육지의 여러 지역에서 제국이 등장하다>에서 유라시아의 패권을 장악한 몽골제국, 2부 <바다의 패권과 영 제국>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패권을 잡은 영국,  3부 <하늘의 패권과 미국> 편의 미국 경제의 독주와 미국의 하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콘셉트를 참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권을 어떻게 공간의 속성과 비교할 눈을 가질 수 있었는지 창의적 감각을 지닌 저자의 혜안이 부러웠다. 물론 일부 내용은 내신 대비하듯이 써놓은 부분도 있어 살짝 지루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어떤 책이,  내용 전체가 흡족할 수 있으리. 만족할 만한 덕목이 더 많은 책이다.      

‘패권 쟁탈의 세계사’라는 주제답게 ‘패권’의 정의부터 언급하며 시작하고 있어 주제를 놓치지 않고 책을 읽어낼 수 있었다.      


패권은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해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나라의 지위라고 정의하지만, 그뿐 아니라 스스로 지배하는 구조의 체제를 형성ㆍ유지ㆍ주도할 책임이 있는 나라라는 의미도 더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육지, 바다, 하늘로 세계가 변화하는 가운데 각 세계의 형성을 주도하고 구조를 유지하고 질서의 중심축에 위치해 있는 나라가 패권 세력이다. 육지, 바다, 하늘의 순서에 따라 패권의 모습에는 차이가 나타났다.      

_『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 〈프롤로그: 육지, 바다, 하늘과 패권의 변화〉 26~27쪽      



지은이 후기에 나와 있듯이 “세계사의 주요 무대인 ‘육지’, ‘바다’, ‘하늘’의 변화와 그 패권(질서의 형성•유지)을 주도한 세력인 몽골 제국, 대영제국, 미국을 다루며 세계사를 구조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세계사의 큰 흐름을 어렵지 않게 습득할 수 있었다.  


패권의 형태가 공간에 따라 차이가 나는 모습을 아주 세밀하게 설명하고 있다. 공간 개념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기름종이에 지도를 그려가며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그간의 다른 책들이 육지와 바다의 패권국에 대해 이미 상세하게 정리된 바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는  패권을 하늘의 영역까지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중고생들에게 현대와 관련된 내용이 좀 더 심화된 것으로 가독성이 좋은 책이 없을까 찾고 있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를 읽으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지식을 자세하게 얻을 수 있어 만족해 하며 읽었다. 이를테면 19세기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어지는 현대의 권력을 제패한 나라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있어 유익했다. 


시인 바이런은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라고 했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과거인 ‘역사’를 통해 지혜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패권국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를 

 

1990년대 이후 인터넷을 보급하면서 미국은 IT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경제의 금융화를 추진한 바 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미국 금융은 위기를 맞았다. 그에 비해 중국은 거대 IT기업인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처럼 화웨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의 활약으로 그동안의 아성을 지키던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패권을 장악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다수에게 지지를 받고 전쟁을 막고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책임을 다하는 역할과 같다. 자국의 세력 강화, 또는 도전하는 자세만으로 패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고 기여하는 점이 없다면 세계를 천하로 인식하는 중국식 내셔널리즘이 패권 장악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미국 제일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 239쪽     


미국에 이어 중국이 패권국으로의 위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는 칭기즈칸의 세계 정복의 목표는 파괴와 약탈이 아니었다. 민중들을 보다 풍요롭고 자유롭게 살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민중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길을 냈다. 미래를 진정으로 알고 싶을 때 지나간 일을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거의 패권국들이 역사 속에서 사라진 이유를 현재의 패권국들이 반면교사로 삼아 보는 것은 어떨까.       


“과거는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을지라도, 분명 그 운율은 반복된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미국이 전 세계의 맏형 노릇을 하려면 경제를 안정시키고 인류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에게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하는 이유이다.      
      
미국이나 중국이 세계 속의 '기사도' 노릇 좀 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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