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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n 14. 2020

나는 나를 응원한다

『필링 굿』에 대한 첫 번째 단상

링컨은 우울증을 어떻게 이겨냈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에이브러햄 링컨도 평생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고 한다. 제대로 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음은 물론 결혼 생활 또한 불행했다. 오죽하면 남북전쟁보다 더 힘든 결혼 생활을 이겨낸 대통령으로 남아 있을까.      


링컨의 아내 메리 토드는 켄터키 렉싱턴의 명문가에서 성장해 프랑스어와 문학에 능했다. 다혈질인 데다가 링컨하고 맞는 구석이라곤 전혀 없었다. 링컨의 정적인 민주당의 스티븐 더글라스 의원이 메리의 옛 남자 친구였을 정도로 링컨하고는 악연이었다. 메리는 자신의 전 남자 친구를 선거에서 떨어뜨린 남자와 결혼한 셈이다. 링컨의 결혼 생활에 대해 데일 카네기마저도 “에이브러햄 링컨이 암살된 것은 그의 결혼 생활에 비교하면 비극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하는 촌평을 할 정도였다.   

    

링컨은 아내의 히스테리와 어린 두 아들의 죽음을 겪어야 했고 정치 여정 또한 파란만장했다. 

젊은 시절의 겪었던 두 번의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 그 빚을 갚는 데만도 꼬박 17년의 세월을 감내해야만 했다.  악조건 속에서 특히 아내에게 비록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삶이었지만 링컨은 마침내 자신이 목표한 꿈을 이뤄냈다. 깊은 우울증을 독서와 글쓰기라는 인지 치료로 이겨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코로나 때문에, 아니면 사는 게 팍팍해서 우울하다고 모두들 ‘우울’을 입에 달고 산다. 우울이 우리 삶에 친숙한 단어로 다가온 지 오래다. 우리에게 낯익은 우울한 감정을 담아낸 『필링 굿』은 미국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뽑은 우울증 탈출 책 1위로 선정됐을 정도로 그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필링 굿』에서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감정을 만들어 낸다”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인지 치료의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주요 요지는 우리의 '감정'은 스스로에게 보내는 메시지인 ‘생각’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다. 기분을 만드는 것은 객관적인 사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을 해석하는 우리의 ‘생각’으로 인한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투스는 “사물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때문에 힘겨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테면 “감정은 전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의해 생겨”남을 의미한다. 셰익스피어도 “원래 좋고 나쁜 게 따로 있는 건 아닐 테니까 생각하기 나름이지.”(『햄릿』 2막 2장)라는 표현을 통해 우리의 생각이 감정과 더 관련이 있음을 보여줬다.  

    

인지 치료, 너는 누구니     


인지 치료에 대한 설명에 앞서 부박하게나마 인지치료에 대한 정리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행동주의 심리 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파블로프의 실험은 1940년대 2차 대전 이후 시작되었다.  Ivan Pavlov의 조건화 실험 이론을 바탕으로 해서 인간 행동의 조건화에 주시했다는 특징이 있다. 행동주의 이론에서 인지치료 이론 단계로 접어들 때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아론 벡이다.      


데이비드 번스의 저서  『필링 굿』의 면지에 “그의 지식과 용기, 인내와 헌신, 공감의 정신을 기리며 이 책을 아론 T. 벡 박사에게 바친다”라는 헌정사에 그의 이름, 아론 벡을 언급하고 있다.      

인지 치료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론 벡 Aaron T. Beck을 필두로 1950년대와 1960년대 초에 인지치료법은 시작되었다. 이 치료법은 정신분석 이론과 신프로이트 학파의 대상관계 이론,  행동주의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참조- [네이버 지식백과]- 인지 치료 cognitive therapy)     

 

인지  치료, 넌 누구니?


아론 벡은 파블로프가 언급한 ‘행동’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각’도 조건화된다는 것에 관심을 기울였다. ‘자극’이라는 원인과 생각과 감정이라는 ‘반응’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 고리가 되는 사고방식에 대해 주목했다. 40년대에 심리요법 치료자들에 비해서 60년대 인지 치료자들은 현재의 삶을 변화하고 개선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단지 변화하고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 자신의 모습을 수긍하고 포용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필링 굿』에는 우리 스스로 자가 치료할 수 있는 인지치료에 대해 사례를 들어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인지치료는 “실제적이고 상식”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문제를 누구나 해결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고 희망의 손을 건넨다.  

     

인지치료의 세 가지 원리 중 첫 번째 원리는 “우리가 느끼는 모든 기분은 인지나 생각에 의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인지란 사물을 보는 방식으로 지각이나 정신적 태도 신념 등이 포함된다. 말하자면 ‘생각’이 ‘기분’이라는 감정을 만들어낸다. “우울함을 느낄 때 우리의 생각이 부정적 성향에 지배당한다는 것”이 그 두 번째 원리이다. 세 번째 원리는 우리 모두 조금씩은 갖고 있는 것으로 “스스로 괴롭히는 부정적 생각에는 언제나 심각한 왜곡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울증의 기초가 되는 10가지 ‘인지 왜곡’     


자신의 독백들을 추려보면 공통적인 내용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의 왜곡된 핵심 신념이다. 10가지 인지 왜곡은 다음과 같다.    

  


1.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생각 All or nothing흑백논리,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지칭한다. 중간이 없는 것이 특징인데 “시험에 떨어졌으니까 낙오자야”처럼 자신이 실수를 했을 때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  

    

2. 지나친 일반화 Overgeneralization-성급한 일반화-딱 한 번의 부정적인 사건을 겪고는 그 실패가 영원히 되풀이될 거라 생각한다.   

   

3. 정신적 여과 Mental filtering- 단 한 가지의 아주 사소한 부정적 사실을 발견하고는 모든 현실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수학 한 과목을 망친 것을 모든 시험을 망친 것으로 인식한다.      


4. 긍정적인 것 인정하지 않기 Discounting the positive -어떻게든 자신의 긍정적 경험을 별거 아니라고 애써 부정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을 제외하고 단점에만 집중해 부정적 신념을 유지한다.      


5. 지나친 비약으로 결론 내리기 Jumping to conclusion - 확실한 근거가 없는 데도 근거 없이 부정적으로 해석하여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다. 독심술의 오류와 예언술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독심술의 오류는 자신에 대해 누군가가 부정적 반응을 보일 것으로 멋대로 결론 내리고, 확인해 볼 생각조차 안 한다. 점쟁이의 오류는 독심술로 결론 내린 내용이 이미 확고한 사실이 되었다고 믿어버리는 잘못을 범한다.


6. 침소봉대(파국화) 또는 과소평가 Maginification/Minimization- ‘쌍안경 속임수’라고도 하는데 자신의 실수나 타인의 성과는 극대화해서 과장하고, 자기의 장점이나 타인의 결함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 극소화해서 축소한다. 작은 사건을 부정적으로 크게 부풀려서 단 한 번의 실수로 내 인생은 파국을 맞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7. 감정적 추론 Emotional Reasoning-나는 이렇게 느끼기 때문에 이건 진짜로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믿는다. 팩트나 이성을 제외하고 기분에 따라 추론한다. 자신의 부정적 감정이 실제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가정한다. 

     

8. ‘해야 한다’식 사고 Should statements- 무조건적인 의무를 강요하는 사고로써 ‘~를 해야 한다’ 또는 ‘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의무적인 성격이 강하다. 예를 들면 시험 점수는 점점 상승해야만 한다는 식의 당위적 사고로 ‘의무’와 ‘필수’를 적용해 감정을 해치게 한다.


9. 낙인찍기·엉뚱한 낙인찍기 Labeling- ‘나는 여자한테 인기가 없는 사람이야’처럼 자신의 결점을 스스로 부정적으로 낙인을 찍는 행위로 지나친 일반화의 극단적 형태를 지칭한다.       


10. 개인화 Personalization and Blame-자신과 무관하게 발생한 부정적 사건에 대해 자기가 그 책임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자신의 책임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생각한다.  

    

감정의 감옥에서 빠져나오기

     

우울할 때는 feeling을 good 하기가 쉽지가 않다. 특히 우울증 환자에게 feeling good 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필링 굿』에서는 “연장을 쓰지 않으면 일을 해낼 수 없는 법”이라며 “세 칸 기법”을 권한다.      

나쁜 정신 습관을 극복하기 위해 3단계를 밟으라고 말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 이를 인식하고 글로 적는다. ‘적자생존’, 말 그대로 적는 자 만이 생존하다는 생각으로 ‘자동적 사고’(자기비판)를 한다. 그다음에 이런 생각이 어째서 왜곡된 것인지 깨닫는다(인지 왜곡), 그런 다음에 이런 생각에 말대꾸함으로써 ‘이성적 대응(자기 방어)’를 한다.  

                        


자신을 응원하는 법을 배워라  

   

감정의 감옥에서 빠져나오려면 우선 완벽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고, 가시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서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자신을 응원하는 법부터 배우라고 말한다. 『필링 굿』에서 말하는 바람직한 첫 번째 조치로 자기를 비하하는 생각을 정확히 분별해내라고 요구한다.                  

불쾌한 기분은 단지 우리가 떠올린 부정적인 생각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어서 그런 것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여간해서 feeling good 하기가 쉽지 않다. 『필링 굿』 한 권 값은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 Prozac 두 알보다도 싼 가격이다. 부작용 또한 전혀 없고. 우울할 때마다 자신을 비난하고 싶은 감정이 들 때마다  그 감정을 분별해서 적자! 


적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적자생존’으로 자신을 응원하자.

오늘도 나는 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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