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봉낙타의 귀가

led 형광등 아래 단봉의 내 혹이 사르르 녹기 시작한다

by 진순희

단봉낙타의 귀가


진순희



가로등 불빛 아래

휘청거리는 내 그림자


한 마리 단봉낙타였다

짐 잔뜩 싣고 비틀거리는 걸음을 봐

온몸이 노동의 도구였던

슬픈 짐승 한 마리 가고 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용각산 한 수저 털어 넣는

내 모습에 미안했던지

리모컨만 눌러대던 우리 집 파수꾼

얼른 일어나 저녁쌀을 씻는다


사내가 심취하던 동물왕국

고비사막의 쌍봉낙타 몇 마리가

가시풀 씹으며 모래밭을 가고 있다

솟은 봉우리가 두 개나 되는데

거기에 더해 저 무거운 짐이라니!


led 형광등 아래

단봉의 내 혹이 사르르 녹기 시작한다

주방을 차지한 늙은 낙타의 사랑이

된장찌개로 끓고 있다


낙타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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