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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l 09. 2020

오후 5시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내 삶에 알맞은 걸음으로』

나의 슬픔은 내 것이기에 힘들고 타인의 슬픔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곤혹스럽다는 말이 있다.  

졸혼에 느닷없이 찾아온 뇌경색에. 삶이 이다지도 드라마틱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변화된 삶을 살고 있는 작가가 있다. 바로 『내 삶에 알맞은 걸음으로』의 아인잠 작가이다.    

  

지금은 원하던 완전한 독립을 이뤘다.      


“봄이 빗속에 노란 데이지 꽃 들어 올리듯 나도 내 마음 들어 건배합니다. 고통만을 담고 있어도 내 마음은 예쁜 잔이 될 겁니다”라고 노래한 세러 티즈데일처럼,  저도 제 마음 들어 건배합니다. 예쁜 잔에 담은 제 마음을, 또 한 번 독자들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프롤로그에 있는 말이다. 

졸혼 전, 오후 5시가 되면 불안했던 마음이 이제 법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완전한 자유가 된 5시는 새로운 5시 여유로움의 5시 창조의 5시로 거듭났다. 예민한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집을 치워놔야 마음이 편했기에 , 아니 어질러져 있으면 화를 내는 남편이었기에 쫓기듯 그가 돌아오기 전에 말끔히 치워놓아야 될 것만 같은 강박의 시간들이었단다. 이쯤에서 마음이 답답하다 못해 저자의 그간의 고통이 전해져 와 마음이 짠해진다.    


  


독립한 지금은 아이들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고 산책도 했고 온전한 내 시간으로 만들어 그 감정을 주도하면서 시간을 계획하고 행복함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는 저자의 말이 아리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리며 사는, 마땅히 누려야만 되는 시간이라 아무도 기울이지 않은 그 순간을 최고의 평화라고 고백하는 아인잠 작가에게 더 좋은 일만 가득하길 소망한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소개된 자신이  ‘달걀 프라이’이라는 망상에 빠진 사람의 이야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달걀 프라이라고 여긴 그는 ‘찢어질까 봐’ 아니면 ‘노른자가 흘러나올 까 봐’ 어디에도 앉을 수가  없어 공포에 사로 잡혀 있다. 의사가 제안한 “늘 토스트 한 조각을 가지고 다니세요. 그렇게 하면 안고 싶은 의자 위에 토스트를 올려놓고 앉을 수 있고, 노른자가 샐 걱정을 할 필요도 없지 않겠어요?”     


그는 의사의 조언대로 늘 토스트 한 조각을 가지고 다님으로써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단다. 인생의 ‘토스트’ 한 조각을 찾아낸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리라. 

『내 삶에 알맞은 걸음으로』에서 저자는 아이들에게 토스트가 되어 주고 싶고, 독서가 내 인생의 토스트이며 자신을 사랑하는 지인들이 인생의 토스트라고 선언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삶의 토스트 한 조각은 무엇인가?라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나 역시 저자와 마찬가지로 독서가, 글쓰기가, 가르치는 일이, 나를 귀히 여기는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이 내 인생의 토스트이기도 하다.      

독서가 참 힘이 세기는 하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자전적 소설 『빅 퀘스 천』에서 지혜를 얻었단다.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 불행한 결혼 생활을 계속한다는 건 내 삶을 지속적으로 우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용기를 냈어.”

-『빅 퀘스천』 

    

그렇게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아인잠 작가는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행복을 결정하기에, 내가 나의 행복을 책임지기 위해  한 발자국 성큼 내딛는 용기를 내기에 이른다.      


독립을 생각한다면 결혼 생활 중에도 부지런히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조언한다.      


어느 날 갑자기 완전한 독립이 가능하냐면, 절대 그렇지 않다. 하나하나 차곡차곡 자원을 축적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재능을 연마하고 독립할 능력을 키워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 삶에 알맞은 걸음으로』, 56쪽     


남편의 일상적인 폭언과 폭력이나 정서적 학대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존감이 무너져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단다. 신뢰할 만한 든든한 인적 네트워크가 필수인데, 돈 없고 백 없고 능력 없으면 돈을 쌓고 백을 쌓고 능력을 쌓는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라고 말한다.      


결혼 생활 동안 독립 이후의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했기에 독립 이전이나 이후의 삶이 큰 차이가 없단다. 더 여유 있고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살아왔다면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고 독자에게 손을 내민다.      


『준비하는 엄마는 돈 때문에 울지 않는다』는 책처럼 아이들이 필요할 때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립된, 독립된, 경제적으로 힘 있는 엄마이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출처: 『내 삶에 알맞은 걸음으로』의 표지


아인잠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답게, 나다운, 나여서 좋은 일상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장 나다운 길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나답길 원한다. 

- 중략 

오늘도 나다움을 잃지 않고 나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지켜갈 수 있는, 그래서 하루하루 더  더 새로워지고, 더 성장할 수 있는 행복을 만끽하길, 그런 날들이 이어지길 바란다. 

-144쪽     


결혼을 끝낸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인생이 잘못되는 건 더더욱 아닐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다라 삶의 방향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건, 결혼 중에나 후에나 마찬가지다.    

행복하고, 소망이 넘치며,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때가 감사하다. 현재 나는 내 삶의 저자로서 글을 쓰고 있다. 나의 의무를 충실히 다하고 있는 중이다.  

-153쪽      


아인잠 작가에게 독서는 삶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마리안 파워의 『딱 1년만, 나만 생각할게요』에 따르면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는 법을 깨닫기 위해 인생의 바닥을 경험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리안 파워의 책을 읽고는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쌓아가는 법을 터득하기도 한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나는 휴식을 취하고 영혼과 마음을 돌보는 중이다. 그래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생각을 한다. 새로운 바다를 경험하는 중이다. ”


『빅 퀘스천』과 『성경』과 같은 책을 통해서 자기 자신과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 

삶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독서로 마련하는 지혜를 발휘한다.

    

방송작가 출신답게  『내 삶에 알맞은 걸음으로』에는 마음을 울리는 글귀들이 많다.      


“살아가는 동안 나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내 삶에 루소가 말한 ‘지혜’도 함께 여물어 가길 바란다. 그럴 때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로서 역할을 다 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 202쪽   
일을 사랑하고, 일하는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꿈을 사랑하면서, 현재의 어려움을 돌파해 나가는 힘도 사랑에 있다. 사랑하면서 일하고 사랑하면서 책을 보았더니, 그 사랑이 나를 자라게 했다. 좋아하는 글을 쓰면서 좋아하는 수업을 했더니, 그것이 나를 성장케 했다.  
- 250쪽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버리고 떠나는 삶을 존중하지만 이제는 버티고 견디는 삶을 더 존경한다.
 -251쪽     


“우리 모두의 삶은  고달프고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임을 알기에,

 어떤 경우에도 존경하고 응원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처럼 

새로 찾은 “오후 5시의 아름다운 풍경”을 누리며 살아가기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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