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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l 12. 2020

‘일기’에서 2% 더한 명품 ‘에세이’ 쓰기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를 참 좋아한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읽는 이에게 감동을 주면서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을 쓸 수 있는지 매번 신기해하면서도 감탄을 한다. 

특히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의 「무릎 꿇은 나무」 편의 제자 민숙의 이야기가 그랬다. 

“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절망에도 한계량이 있는 모양이라고.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불행’한 사람들도 어떻게든 살아가게 마련인 모양이라고. 예쁜 아가가 있어서 행복하고, 그런 아가를 위해 전에는 푼돈이었던 얼마간의 돈을 버는 게 소중하고, 그리고 이런 작은 축복들이 절망적이고 불행한 삶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더라고.”

   

장영희 교수는 이혼해서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제자에게 로키산맥 해발 3,000미터 높이에 수목 한계선 지대에 있는 무릎 꿇은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단다. 매서운 바람에 무릎 꿇고 사는 삶을 배워야 만 했던 나무들만이 가장 공명이 잘되는 명품 바이올린의 재료가 된단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나름대로 거기에 맞춰 순응하는 삶을 연주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이제 네 몫의 행복으로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기 위해 연습을 하고 있는 거니까 조금만 참으라고 응원을 한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처럼 문학 에세이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장영희 교수의 글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책장을 빨리 넘기게 하는 가독성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얼른 뒷장을 넘기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하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매번 글을 쓰면서 하는 고민이 바로 이것이다.   

   

앞 문장은 뒤의 문장을 뒷문장은 다음 문장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글을 쓰고 싶지만 나의 바람처럼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냥 매일 쓰는 일기를 한 편의 에세이로 바꿀 수 있는 비법이 있다는 책이 있다. 

이유미 작가의 “끼적임이 울림이 되는 한 끗 차이”란 부제로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이다.   

   


일기와 에세이의 한 끗 차이에 대해 같은 점과 다른 점을 구분해 설명하고 있는데, 크게 다른 점은 독자가 있는 글과 없는 글이란 점이다. 일기든 에세이든 뭘 써도 남는 글이긴 한데 가능하면 “마음의 찌꺼기를 에세이로 갈아버리라”라고 한다.      


일기와 에세이를 구분하기 좋게 철학자 페터 비에리가 쓴 『페터 비에리의 교양 수업』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해 본다. 페터 비에리는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저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언제 어디선가 주워들은 조각난 말과 생각의 찌꺼기들을 되풀이하는 자괴감의 일상에서 벗어나, 큰 관심과 넓은 시야로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 즉 교양인이 된다. ”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45쪽



페터 비에리의 말처럼 하루의 일을 정리하는 ‘일기’가 “조각난 말과 생각의 찌꺼기를 되풀이”하는 거라면 에세이는 ‘생각의 찌꺼기’들을 내 안에서 해소하고 독자가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럴 때 에세이로서의 품격을 갖춘다.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를 구분했다면 그다음의 순서는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에서는
 “대단한 걸 쓰려고 하지 마라”라고 말한다. 책에서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대사를 인용한다. “영 아닌 소재는 없소. 내용만 진실된다면, 문장이 간결하고 꾸밈없다면”이라는 말을 끌어와 글감은 어디까지나 소재이며 재료이기 때문에 어떤 글의 시발점이 된다고 조언한다. 지극히 사소한 것도 글감이 되니 ‘어떻게든 잡아서 적어놓으라’고 강조한다.    

 

삶은 디테일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사소한 걸 구체적’으로 써야 하고 어느 정도의 ‘메시지가 있는 글’로 쓰라고 주문한다. 잘 쓰기 위해서는 닮고 싶은 작가의 글을 필사하면서 따라 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며 읽고 싶은 글이 있다면 직접 써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자료를 다 갖춰놓지 않아도 되지 제발 대수롭지 않게 시작하라고, 또 잘 못 써도 우리에겐 다음이 있으니 “내일 더 잘 쓰면 돼요”라고 다독인다.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을 알고, 글 쓰는 방법을 알고 있어도 쓰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에 글 쓰는 ‘습관’에 대한 당부 또한 잊지 않는다.  

뚜렷한 기억보다는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낫다며 메모하기의 중요성과 꾸준하게 써야 문장이 좋아지기에 하루키처럼 날마다 일정한 분량을 쓸 것을 제의한다. 잘 쓰기 위해서는 다양한 책을 읽고, 다 썼으면 반드시 퇴고의 과정을 거칠 것을 조곤조곤 안내한다.     



퇴고의 중요성을 이다혜 기자가 쓴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퇴고에서의 ‘알고 있음의 수정’을 역설한다.  

     

“퇴고를 할 때는 ‘남의 시선으로 읽기’가 중요하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알고 있는 소재에 대해 쓰고 있으므로, 행간에 생략한 내용도 자동으로 내적 재생해가며 읽는다. 그렇게 본인 글을 본인의 마음으로 읽으면 백번 읽어도 수정이 어렵다. 심지어 맞춤법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 특정한 오타만 반복해 쓰는 경우도 있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176쪽      


퇴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데 그 이유는 자기가 쓴 글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독자도 다 알거라고 생각한다. 독자는 모르는 이야기니까 다시 한번 풀어서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독자의 시선에서 글을 읽어봐야 하는 이유이다.    

  

Q&A 코너에서는 글을 쓰는 데, 책을 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비법을 아끼지 않는다. 책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책의 문구를 자연스럽게 인용하기 위해서는 파일 별로 분류한다. 분류한 것을 토대로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자신의 글에 녹여낸다.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들의 로망인 내 책 내기 위한 경험도 세세하게 풀어놓는다. 책을 내기 위한 경로들을 저자 자신의 체험을 곁들여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을 읽으면서 아쉬움이 있다면 한 편의 글들이 너무 짧아서 충분한 내용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내용을 전개했으면 지금 보다 더욱 충실한 에세이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됐을 거라는 생각이다.       

  

명품이랑 최상급의 짝퉁이랑 차이가 겨우 2% 밖에 안 난다는 말을 들었다. 걸러지지 않는 감정의 분출이 일기라면 그 일기에다 공감할만한 에피소드를 넣었을 때 에세이라는 명품이 탄생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자신의 글이, 일기가 아닌 명품 에세이로 탄생하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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