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 먹던 힘까지 다해 제 몸 부서뜨리며 뛰어내리던 빗방울들
진순희
후드득 성근 빗방울들
마당에 비꽃이 피기 시작하면 어머니는 비설거지로 바빴다
장독 닫으랴 빨래 걷으랴 울안 예저기 종종걸음 치셨다
마루 위에 걸터앉아 비의 속살 가만히 들여다보면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제 몸 부서뜨리며 뛰어내리던 빗방울들
비릿한 흙냄새 좀 맡아봐! 나 여기 대지 위에 착지 했다고
비꽃들이 도움닫기로 뛰어오르며 불러댔다
이젠 그만 떡비로 여유를 부려볼까
빗방울은 포개지고 부서지고 깨지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비에도 울음이 있고 음악이 있었다
빗발 선명한 발비*로 도움닫기 하더니 어느새 작달비로 몸을 바꿨다
내 유년의 먼 곳을 뒤흔들며 세차게 쏟아지던 비의 렙소디
발비: 빗발이 눈에 보일 정도로 굵은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