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를 잡아먹은 것인가
뫼비우스의 띠*
진순희
어물전 아귀를 봐라
몸집을 다 차지하는 머리
후두 망토 뒤집어 쓴 중세의 수도승처럼
속내를 감추고 있다
바다 속 밑바닥에 납작 엎드려
유인돌기 낚싯대 흔들흔들
순진한 물고기들 유혹해서는
쭉 찢어진 아가리로 덥석
먹잇감의 아우성을 짓누른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입에 끝내버리는 그 먹성
몸집의 반을 차지한 입 벌려보면
아귀아귀 집어 삼키던
이빨이 보인다, 거침없다
배를 갈라보니 난장판이다
‘아귀 먹고 가자미 먹고’ 할 줄 알았는데
뭐야, 페트병과 비닐봉지들로 쓰레기 하치장이다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떠난 황천길
제 죽음까지 삼켜버린 먹새
누가 누구를 잡아먹은 것인가
뫼비우스의 띠: 안쪽과 바깥쪽의 구분이 없는 띠
뫼비우스의 띠: 안쪽과 바깥쪽의 구분이 없는 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