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朱子)를 불러보는 날

주자처럼 끝없이 질문하고 옥 같은 답을 얻어내자

by 진순희

주자(朱子)를 불러보는 날


진순희

주자의 《봉호수권》

친필 두루마리 글씨처럼 굵은 비가 내린다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마,


먹구름이 잠시 자리를 뜬 사이

텅 빈 시야에서 문득

세월이 비처럼 내려앉은 나를 보았다

제 목소리도 내지 못하게 되고

발걸음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고 있는 모습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정신을 하나로 모으면

할 수 없는 것이 없다 하던

성리학의 대가 주자를 불러본다

눈 어두워지고 나서야

착한 성품 기르는 한 곳에만

마음 기울였다는 그 남자


그래, 생각을 멈추지 말자

글 읽고 배움을 놓지 말자

하늘 풀장에 담아놨던 빗물 다 쏟아낸

저 하늘 위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나어린 주자처럼 끝없이 질문하고

옥 같은 답을 얻어내자



*주자는 어려서부터 자질이 뛰어나고 사색하기를 좋아했다. 겨우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아버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저것이 하늘이란다" 하고 말하자, 이렇게 되물었다고 한다. "그럼 저 하늘 위에는 또 무엇이 있습니까?"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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