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더듬는 동안 알 파치노는 저만치 멀어져간다
진순희
기껏 여인의 향기*를 보고 나서는
명연기를 펼친 주연배우 이름이 오락가락
알 파치노 대신 알 카포네만 입에서 돌고 돈다
한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얼굴은 선명한데 이름은 지워졌다
단연 알파치노가 배우 중에 알파와 오메가지
하다가도 기억을 꺼내야 할 때
영락없이 알 카포네만 튀어나온다
네 개의 귀를 달고 입시 설명회를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는
외국 감독들도 이웃집 친구 부르듯이 했는데
이제 귀가 순해지는 나이
생각을 더듬는 동안
알 파치노는 저만치 멀어져간다
*<여인의 향기>: 시력 잃은 퇴역장교(알파치노 주연)의 인생의 향기를 담은 영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