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耳順

생각을 더듬는 동안 알 파치노는 저만치 멀어져간다

by 진순희

이순耳順


진순희


기껏 여인의 향기*를 보고 나서는

명연기를 펼친 주연배우 이름이 오락가락

알 파치노 대신 알 카포네만 입에서 돌고 돈다

한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얼굴은 선명한데 이름은 지워졌다

단연 알파치노가 배우 중에 알파와 오메가지

하다가도 기억을 꺼내야 할 때

영락없이 알 카포네만 튀어나온다

네 개의 귀를 달고 입시 설명회를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는

외국 감독들도 이웃집 친구 부르듯이 했는데

이제 귀가 순해지는 나이

생각을 더듬는 동안

알 파치노는 저만치 멀어져간다



*<여인의 향기>: 시력 잃은 퇴역장교(알파치노 주연)의 인생의 향기를 담은 영화 제목



원숭이 섬.PNG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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