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순희
방파제를 둘러싼 저 파도막이들
6톤의 몸무게로 버티고 서 있다
달려드는 바다를 여지없이 밀어낸다
네 개의 뿔에 받혀 잘게 부서지는 파도
흰 거품을 물고 쓰러진다
남은 힘을 그러모아보지만 방파제는 끄떡없다
다시 진격을 명령하는 바다
끝없이 밀려오는
저 인해전술, 하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테트라포드들,
파도에 맞춰 태어난 몸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뚝심으로
방파제를 호위한다
가끔 방파제의 키를 넘는 해일도 있었지만
그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서로의 뿔을 맞대고 틈을 내주는 것
그 틈이 파도막이의 힘이다
제 안으로 받아들인 파도의 기세를
순식간에 꺾어버리는 저 힘으로
뭍은 수평선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웃으며 노을을 바라본다
서로 맞댄 엉성한 뿔이
달려오는 파도를 또 들이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