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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ug 12. 2020

사각의 뿔

사각의 뿔


진순희


     

방파제를 둘러싼 저 파도막이들 

6톤의 몸무게로 버티고 서 있다

달려드는 바다를 여지없이 밀어낸다

네 개의 뿔에 받혀 잘게 부서지는 파도

흰 거품을 물고 쓰러진다 

남은 힘을 그러모아보지만 방파제는 끄떡없다

다시 진격을 명령하는 바다

끝없이 밀려오는

저 인해전술, 하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테트라포드들, 

파도에 맞춰 태어난 몸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뚝심으로 

방파제를 호위한다

가끔 방파제의 키를 넘는 해일도 있었지만 

그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서로의 뿔을 맞대고 틈을 내주는 것

그 틈이 파도막이의 힘이다

제 안으로 받아들인 파도의 기세를

순식간에 꺾어버리는 저 힘으로

뭍은 수평선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웃으며 노을을 바라본다 

서로 맞댄 엉성한 뿔이 

달려오는 파도를 또 들이받는다    


    

출처: https://librewiki.net/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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