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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ug 28. 2020

피카소와 파라솔

명성과 부는 넘치고 파라솔은 사방에 있었다

피카소와 파라솔  


진순희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지중해 바닷가

2인용 비치파라솔을 들고

젊은 여자의 한 발자국 뒤에서

늙은 피카소가 시종처럼 따라간다

화사한 웃음을 머금은 훤칠한 여인의 뒤로

화가의 주름이 출렁거리고

뱃살이 흘러내린다

노구가 움켜쥔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늘을 만들어주고

바람을 막아줄 단단한 벽

그대는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마음에 지문을 새기던 사내 

그 소망은 잠시

타고난 바람기가 

또 다른 파라솔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명성과 부는 넘치고 파라솔은 사방에 있었다      


                        

출처: 로버트 카파 사진전-'파블로 피카소와 연인 프랑수아즈 질로, 조카 하비에 빌라토' : 만난 지 4년째 되던 1948년 로버트 카파가 찍은 것  - <해변의 파라솔>로 유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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