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마네킹

홀로 된 노인 외발 마네킹을 붙잡고 또 하루를 건너간다

by 진순희

다리 마네킹


진순희



영업시간이 끝난 점포 앞

행색이 초라한 노인

다리 마네킹을 거꾸로 세우며 전을 펼친다

형형색색 미끈한 다리들

불빛과 불빛 사이 어두침침한 가판대

스타킹을 파는 노인은

올이 나간 생을 삶은 계란 두 알로 때운다

고탄력 최상품이라며

총총히 걸어가는 사람을 붙잡는 다리 마네킹

반짝이는 자카드 무늬로 한껏 치장하고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린다

처음부터 몸통을 잃고 태어나

얼굴 없이 살아가는 다리들

홀로 된 노인

외발 마네킹을 붙잡고 또 하루를 건너간다




노인.PNG 출처: Pix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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