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된 노인 외발 마네킹을 붙잡고 또 하루를 건너간다
진순희
영업시간이 끝난 점포 앞
행색이 초라한 노인
다리 마네킹을 거꾸로 세우며 전을 펼친다
형형색색 미끈한 다리들
불빛과 불빛 사이 어두침침한 가판대
스타킹을 파는 노인은
올이 나간 생을 삶은 계란 두 알로 때운다
고탄력 최상품이라며
총총히 걸어가는 사람을 붙잡는 다리 마네킹
반짝이는 자카드 무늬로 한껏 치장하고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린다
처음부터 몸통을 잃고 태어나
얼굴 없이 살아가는 다리들
홀로 된 노인
외발 마네킹을 붙잡고 또 하루를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