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 흐르던 황금색 웨이브가 밤의 적막 속에 눅눅하다
진순희
늦은 저녁
한강둔치 분수 쇼 보고 오는 길
개 한 마리 앞세워
노부부가 유모차를 밀며 간다
굽은 등 위에 얹힌 어둠 속
‘늙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처럼
느릿느릿 착지하는 발걸음 위태롭다
가까이 다가서 보니
맑고 큰 눈망울 바닥에 떨어뜨린 채
걷고 있는 골든레트리버,
인명 구조는 물론 숨겨둔 마약도
기어코 찾아냈다던 감별사는 옛말
귀는 땅에 닿을 듯 늘어져
묶인 줄도 힘겨운 듯 헐떡이고 있다
노부부가 걸음 멈추고
늙은 개를 유모차에 힘겹게 태운다
정상에 잠시 이르렀던 분수가
산산이 부서져 떨어지듯
윤기 흐르던 황금색 웨이브가
밤의 적막 속에 눅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