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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개를 위한 파반느

윤기 흐르던 황금색 웨이브가 밤의 적막 속에 눅눅하다

by 진순희

늙은 개를 위한 파반느


진순희


늦은 저녁

한강둔치 분수 쇼 보고 오는 길

개 한 마리 앞세워

노부부가 유모차를 밀며 간다

굽은 등 위에 얹힌 어둠 속

‘늙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처럼

느릿느릿 착지하는 발걸음 위태롭다


가까이 다가서 보니

맑고 큰 눈망울 바닥에 떨어뜨린 채

걷고 있는 골든레트리버,

인명 구조는 물론 숨겨둔 마약도

기어코 찾아냈다던 감별사는 옛말

귀는 땅에 닿을 듯 늘어져

묶인 줄도 힘겨운 듯 헐떡이고 있다


노부부가 걸음 멈추고

늙은 개를 유모차에 힘겹게 태운다

정상에 잠시 이르렀던 분수가

산산이 부서져 떨어지듯

윤기 흐르던 황금색 웨이브가

밤의 적막 속에 눅눅하다



캡처.PNG 출처: unsplash.com/s/photos/golden-retri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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