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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y 04. 2019

너무 먼 그대, 글쓰기

하버드  졸업생의 가장 키우고 싶은 능력인 글쓰기

"한국은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게끔 놔두지를 않는 것 같아요. 부족해도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는 데 그러질 못하네요. 급하게 선행을 해서 진도 빼기에만 급급한 것 같아요. 주변에서 모두들 '빨리 빨리' 가 병처럼 번져가는 것만 같아요. 중심 잡고 살기가 쉽지 않네요."


  3년 동안 아이들 데리고 미국에서 공부했던 학부형이 한국으로 돌아와서 하는 푸념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유학을 했던 학부모는 교육에 대한 신념이 남다르게 강한 분이셨다. 그곳에서는 늦더라도 천천히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부족하다 싶을 때 도움을 준다고 했다. 이곳은 왜 팀으로 하는 수업보다도 일대일로 하는 독 과외를 선호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혼자 하는 것은 교육비도 많이 들뿐더러 또래와 함께 하는 장점을 놓치게 된다며 아쉬워했다. 다른 것은 가정에서 봐줄 수 있는데 글쓰기만은 못 봐주겠노라며 하소연을 했다.


  유학파 학부모도 글쓰기는 어려워한다. 그렇다. 글쓰기는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심적으로 부담을 갖는다. 오죽하면 손꼽을 만한 대학에서도 글쓰기 관련 책이 꾸준히 나오고 있을까? <<하버드 글쓰기 강의>>, <<하버드대 까칠 교수님의 글쓰기 수업>>, 더 나아가 '가장 실용적인 글쓰기 매뉴얼 옥스퍼드 대학의 글쓰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힘 있는 글쓰기>>까지 있을까? 합격생의 글쓰기를 다룬 <<하버드대학 입학생들의 글쓰기는 어떻게 다른가>>도 있다.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를 비롯해 대학마다의 '대학 글쓰기' 책이 이미 출간되어 있다. 이공계 대학인 <MIT는 왜 글쓰기 교육에 전념할까>라는 논문도 많이 인용되고 있다. 외국 대학에서 글쓰기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일반 작가들의 글쓰기 관련 책은 수도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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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버드 대학의 졸업생들을 인터뷰한 결과 제일 부족하고 자신 없는 것으로 글쓰기 능력으로 뽑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가장 키우고 싶은 능력이 글쓰기라고 입을 모았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우선 잘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글쓰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보통 교육 현장에서 하는 방법으로는 읽기 전, 읽는 중, 읽은 후 활동으로 나눠서 지도한다.

읽기 전 방법으로 예측하기, 배경지식 활성화하기가 있다. 예측하기는 제목이나 차례, 소제목, 저자 등을 보며 글의 내용이나 구조를 예상해서 말해 보게 하는 것이다. 배경지식 활성화하기는 알고 있는 내용이나 읽을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을 떠 올려 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읽는 중 방식으로는 질문하기, 추론하기, 메모하기 등이 있다. 질문하기는 읽어가면서 중간중간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는 것이다. 추론하기는 글에 드러나지 않은 의미를 미루어 생각하는 것이다. 문맥이나 사회 문화적 맥락, 독자의 배경 지식으로 헤아려 보는 것이다. 행간의 의미를 파악해 읽는 것을 일컫는다. 메모하기는 글을 읽어 가면서 밑줄이나 여백에 적절하게 표기를 하는 것이다. 책을 중고책으로 판매할 것도 아닌데 유난히 책에 표시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적극적으로 책에 기록하고 밑줄 긋고 읽는 것이 좋다. 읽다 보면 나중에 독후감이나 서평 쓸 때도 도움이 된다.  


  읽은 후 활동에 해당되는 것이 바로 글쓰기이다. 글을 직접 쓰기 시작함으로써 읽기의 마지막 단계가 끝난다.   

  잘 읽는다고 글쓰기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잘 읽어내는 사람만이 잘 써 내려갈 수 있음은 분명하다. 글쓰기 대가들도 말한다. 글을 잘 쓰려면 써야 한다고. 글쓰기는 글쓰기 수련을 통 해서 점점 좋아지게 된다.


  좋은 글을 읽고 글의 전체적인 구조를 살피며 베껴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글쓰기가 만들어진다. 유명 작가의 수련생으로 들어가서 하는 일이 아침부터 저녁 까지 그 작가의 작품을 필사하는 일이란다. 정성을 다해 베껴쓰기를 하다 보면 그 작품을 통째로 내 것으로 만들게 된다. 나중에는 생각보다도 먼저, 말 그대로 기계적으로 글 쓰는 일의 선수가 된다.


  베껴 쓰는 행위를 통해 한 편의 글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한다.  이를 테면 작품의 구성과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방법을 몸으로 체험해 알게 만든다. 사실 몸이 기억하다 보면 생각 또한 몸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글을 쓰게 된다. 신체적인 기능으로 자리 잡은 글쓰기는 시간이 지나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어릴 때 배웠던 자전거 타기도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다시 탈 수 있는 것처럼.  


Bike Riding At Cannon Beach is a photograph by DUG Harpster which was uploaded on July 7th, 2016.

 

  글쓰기의 효과적인 '필사'transcription, transcribe는 '글을 베껴 씀'이라고 사전에 실려있다. 베껴쓰기는 고대부터 중세를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베껴쓰기는 과거 우리의 서당교육에서도 즐겨 사용하였다. 글을 옮겨서 적고, 그 글을 암송하고 하는 작업들을 해 왔다. 이 일은 자신만의 글쓰기를 할 때까지 계속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사'하면 작가 지망생들에게나 필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인식이 자리 잡을 정도로 문학적인 글쓰기에서 주로 많이 활용됐다.


  베껴쓰기를 무작정 베끼어 쓰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베껴쓰기는 자신만의 글을 쓰기 위한 주춧돌이 되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베껴 쓰다 보면 나중에 자기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문장과 문장 사이를 익히며 단락과 단락을 곱씹으며 베껴 쓰기를 하다 보면 언젠가 정말로 나만의 글을 쓰게 된다. 말하자면 베껴쓰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의 글을 쓰기 위한 것이다. 남의 글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닌 수련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필사가 지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베껴쓰기'라는 용어로 대신한다. 결국 필사든 베껴쓰기든 이것은 자신의 글을 쓰기 위한 징검다리이다.

베껴쓰기만 잘해도 보고 읽고  쓰는 기본적인 의사소통 행위를 충분히 할 수 있다. 문학적인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쓰는 대부분의 글들은 특별한 재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누구나 베껴쓰기와 같은 노력만 하면 잘 쓸 수 있다 베껴쓰기를 제대로 하면 읽고 쓰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제가 책을 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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