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으로 사라진 주인들을 불러내면 골목은 다시 달아올랐다
다알리아 다가구주택
진순희
다닥다닥 달라붙은 이웃집들
낮은 처마를 끼고 어수선한 골목을 내려오면
덩그마니 모습을 드러낸 붉은 벽돌집
넓은 마당엔 철철이 계절이 만개했다
기웃거리는 아이들을 먼발치로 바라보던
칸나 채송화 국화 목련…
햇살 환한 마당을 어슬렁거리던
거위 한 마리
뒤뚱뒤뚱 짧은 울음을 물고 뒤란으로 사라지면
마당엔 다시 고요가 깔렸다
사람 냄새나는 골목처럼
빽빽하게 같은 지번에 붙어있는 꽃잎들
흐드러진 붉은 다알리아, 하나하나 들어찬
꽃의 방으로 들어가고
이곳저곳 기웃대고 재잘거리던 소리들이
방방으로 사라진 주인들을 불러내면
골목은 다시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