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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알리아 향기

나는 향내 없는 다알리아였지

by 진순희

다알리아 향기


진순희


천축국의 모란이라는 다알리아

살림집 앞마당에 붙어살았지


황후 조세핀의 사랑을 독차지한 다알리아

꽃 한 송이마저 거절당한 시녀는

황후에게 보복하려 정원사를 꾀어

다알리아꽃 정원을 만들었다지


황후의 관심을 잃어서인가

짙붉은 향기마저 담을 수 없게 됐다지

사랑을 잃은 뒤엔 정물화 같은 자태로

서리가 내릴 때까지

나비와 벌을 유혹하며 펄펄 끓고 있다지


딸 많은 집에 어정쩡하게 낀 넷째딸

관심을 끌려고 말썽을 피우던

사랑에 굶주린 어린 시절

나는 향내 없는 다알리아였지



캡처.PNG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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