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향내 없는 다알리아였지
다알리아 향기
진순희
천축국의 모란이라는 다알리아
살림집 앞마당에 붙어살았지
황후 조세핀의 사랑을 독차지한 다알리아
꽃 한 송이마저 거절당한 시녀는
황후에게 보복하려 정원사를 꾀어
다알리아꽃 정원을 만들었다지
황후의 관심을 잃어서인가
짙붉은 향기마저 담을 수 없게 됐다지
사랑을 잃은 뒤엔 정물화 같은 자태로
서리가 내릴 때까지
나비와 벌을 유혹하며 펄펄 끓고 있다지
딸 많은 집에 어정쩡하게 낀 넷째딸
관심을 끌려고 말썽을 피우던
사랑에 굶주린 어린 시절
나는 향내 없는 다알리아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