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만 껴안고 시들어가지요
진순희
썸 타는 시대
수많은 젊음들, 차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드라이브를 즐기며
그저 실눈으로
서로의 감정을 슬그머니 간만 보지만,
수백 통의 감정을 상대하고
매일 백여 집의 물건에 주소를 찾아주고
불통된 케이블 방송을 고치러 다니는 불안한 고용들
생업에 지쳐
마주 보며 달뜬 느낌을 가질 틈도 없어요
시간도 여유도 없는 가난한 청춘들
지갑에 남은 몇 푼의 돈으로
연애를 구입하려면 턱없이 모자라요
히말라야 설산 너머 계곡에는
평화와 사랑이 있다는데
나이만 차곡차곡 쌓여
쉽게 만날 수 없는 이 시대 견우직녀들
연애를 놓치고
결혼을 꿈꾸며
나이만 껴안고 시들어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