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하지 않고 촉을 세우는 것
"곤아 너 아냐?
별은 말이지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어.
다 빛을 받아서 빛나는 거야"
영화 <라디오 스타>의 한물간 가수와 최곤.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그의 매니저뿐이다. 그는 20년 동안 변함없이, 꿋꿋하게 최곤의 그림자가 된다. 비록 큰 무대에서 활동하지 못해도, 자신을 스타로 인정해주는 매니저가 있어 오늘도 최곤은 스타로서 빛을 발한다.
최곤의 앞날을 위해 떠나버린 매니저에게 최곤은 울먹이며 방송으로 말한다.
"형, 듣고 있어? 형이 그랬지?
저 혼자 빛나는 별이 없다며. 와서 좀 비쳐주라, 쫌."
버스 안에서 라디오 방송을 듣던 매니저는 곧바로 최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비를 맞는 최곤에게 씩 웃으며 우산을 펴주는 마지막 장면.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모두들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혼자만이 힘들다고 생각될 때, 천둥 번개가 오직 나한테만 친다고 느껴질 때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살아갈 힘이 된다.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방향을 잃지 않을 것이다.
옛 로마제국에서는 부자나 정치가나 사업가는 예술가를 후원해야 한다는 전통이 있었다. 이들에게서 후원을 받는 예술가들은 후원자들을 위해 다양한 일을 했다. '안테암블로'라고 하는 길잡이 역할도 그중 하나이다. 안테암블로들은 후원자를 위해 잔심부름은 물론 길을 안내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그중에는 푼돈을 얻기 위해 후원자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것에 분노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위대한 리더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들은 타인의 밑에서 그들을 섬기며 묵묵히 일을 했다. 오랫동안 누군가의 길잡이 역할을 하며 자신의 꿈을 이뤄냈다.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에 소개된 내용이다.
사실 진심을 다해 섬기는 사람이 성공하지 못한 예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 결국은 자신을 이롭게 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위대한 사람은 언제나 남을 섬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언제든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었기에 기꺼이 순종할 자세가 되어 있었다. 낭주 지추라고, 주머니 속은 송곳은 언제나 삐죽이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타인을 비쳐주는 일을 즐길 수 있었기에 그들은 훌륭해질 수 있었다. 자기를 버림으로써 타인을 빛나게 함은 물론 스스로 빛을 낼 수 있었다.
버림으로써 삶을 빛나게 하는 것은 사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바로 조류계의 장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솔개다. 그가 가진 장수의 비결은 이미 갖고 있던 것을 모두 버리는 데 있다. 닭이 10년, 구관조 15년, 비둘기와 갈매기는 30년, 독수리가 40년 정도의 수명을 갖고 있다면 솔개의 수명은 약 70년이다.
솔개가 다른 조류에 비해 오래 사는 이유는 중간에 뼈를 깎는 터닝 포인트의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솔개 나이 40살 정도 되면 선택의 기로에 선다. 부리는 길게 자라고 구부러지기 까지 해 가슴에 닿을 정도가 된다. 발톱 또한 노화되어 사냥감을 제대로 잡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깃털이 두껍게 자라서 날개가 무거워져 날아오르기 또한 힘들어진다. 이럴 때 솔개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높은 절벽으로 올라가 지니고 있던 부리를 뽑아 버린다. 새 부리가 돋아나면 차례로 발톱을 뽑고 곧이어 거추장스러워진 날개마저 잡아 뽑는다. 새로운 부리와 발톱과 날개가 만들어지는 시간은 6개월. 그 시간이 지나면 나머지 30년의 시간을 빛나는 청년의 시대로 살아간다.
솔개만이 환골탈태의 시간을 갖는 갖는 아니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초원에 사는 누우는 해마다 한 번은 목숨을 건 여행을 해야 한다. 누우는 건기가 오기 전 3개월에 걸쳐 800km나 되는 기나긴 행렬을 이어간다. 우기에 잘 자란 풀들로 가득 찬 낙원을 뒤로하고 소금기가 있는 곳으로 지그재그로 달리며 이동을 한다. 탄자니아 세렝게티에서 캐냐 마사이마라로 풀을 찾아 이동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먹을 것에 미련을 두지 않고 다가올 건기를 피해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일이 있어도, 아직은 그냥저냥 할 일이 남아있어도 누우처럼 이동을 해야 할 때임을 직감한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활동할 영역이 줄어들 것임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느낀다. 장강의 앞 물결도 뒷 물결에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 현재 처해 상황에서 조금 더 영역을 확장해 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 한다. 지금 있는 곳에 안주하지 않도록 촉각을 세우는 것 또한 필요하리라. 현실에 매몰되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자기 단련의 삶이 개개인 스스로의 노력에 집중되어 있다면 그것 못지않게 더불어 사는 삶 또한 중요하리라.
누구나 스타로서 빛을 발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은 시대에 누군가를 밝혀주는 안테암블로의 역할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청년 노인의 시기가 임박한 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리라.
필사적으로 뛰지 않아도 멈추지 않고 걷다 보면 결국 목표하던 지점에 도달할 것이다. 꾸준히 앞을 향해 묵묵히 걷고 있는 사람만이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해 왔음을 그동안 많이 봐 오지 않았던가.
세렝게티의 누우처럼 안주를 꿈꾸지 않고, 다른 사람의 길라잡이 노릇을 자처하며, 우산이 되어 삶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소비를 통해서는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한다. 인간의 정체성은 생산을 통해 형성된다고 하지 않던가. 문화를 향유하고 소비하는 것만이 아닌 생산할 수 있는 주체적인 삶을 선택하려 한다.
오늘도 읽고, 쓰고 걸으며 솔개의 후반부 삶처럼 멋진 청년 노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명문대 합격 글쓰기>를 출간하게 되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자 진순희 인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