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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사

그 사람을 묶어둘 사랑은 만들지 못한다

by 진순희

조향사


진순희



기억만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향,

향수병에 체취가 담긴다

유명 인사의 이미지로 만드는 셀러브리티 향수

바닷가 소나무 향으로 바다가 되살아나고

떠올리면 가슴이 젖는 그리운 냄새

우연히 마주치는 향기가

밑바닥 깊숙이 가라앉은 추억을 길어 올린다

담아갈 수도 없고

사진으로 찍히지 않는 향내

오늘도 좁은 실험실 안에서 조향사는

호감을 주는 완성품을 시향한다

향기로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려 애를 쓰지만

정작 그의 사랑을 붙잡는 데는 젬병인 그녀

수십여 가지의 향을 섞어

사람들을 휘어잡을 향기를 만들지만

그 사람을 묶어둘 사랑은 만들지 못한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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