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은 토슈즈 신고 지젤의 주인공이 되어
진순희
여자들은 꿈을 꾼다
앙증맞은 토슈즈 신고 지젤의 주인공이 되어
사뿐 새처럼 날아오르는
그 부드러워 보이던 예쁜 덧신은
아무나 가질 수 없었다
토슈즈에 발을 구겨 넣기에 알맞은
볼이 얇은 발, 토댄스로 꼿꼿하게 척추를 세우고
가녀린 팔과 다리로 우아하게 날아야 한다
어느 발레리나의 발을 본 적 있다
옹이처럼 불거진 그 발은 수없이 쓰러진
눈물의 발이었다
피멍이 든 발가락에 갈은 쇠고기를 붙이고
온전히 자신을 태워 나비가 된 그 여인
몸을 공중으로 들어 올린 힘이
그 토슈즈 속에 숨어있었다
관객이 보내는 갈채에
발레리나는 오늘도 공중부양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