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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Nov 11. 2020

마인드풀니스 덕분에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Human Working이 아니라 Human Being으로

손미나 작가의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를 받아 든 순간 김보통 작가의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가 떠올랐다. 그 뒤에 나온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의 <신대방역의 풍경>을 의미 있게 읽은 터라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는 말이 “아직, 불행하지 않다”는 말로 들렸다.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는 아버지가 그토록 원하던 대기업 취업했지만 그곳에서 도망쳐 나와 빈곤의 나락까지 경험한 그의 분투기인 셈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불행해지지 않는 것이다. 그저 지금 불행 하지 않기 위해 오늘의 불행으로부터 도망친다.


      


그는 퇴사 후에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불안감에 빠지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즐거운 일들을 하겠다고 말이다. 어릴 때부터 미술 상을 휩쓸었던 재능으로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을 그려준다. 그러다가 만화가가 된다.      



김보통 작가는 “오늘 당장 싫은 사람을 만나지 않고, 원치 않는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매일매일 불행에서 도망치는 것이 내겐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고래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고 바다를 벗어나기 위해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새우로서 살아가기를 고집한다.  싫은 것들을 피하며 가능한 한 즐겁게. 불행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되뇌며 다행히 아직도 불행하지 않다고 고백한다.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도 결국은 불행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다. 

1세대 N 잡러라고 부를 만큼 다재다능한 손미나 작가에게 어느 날 “나는 행복하지 않다.”라는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공교롭게도 태국의 아름다운 리조트에서 말이다. 


대학 다닐 때부터 ‘계획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열정적으로 살아온 작가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부정적인 감정이었다. “더 잘해, 더 노력해”라고 결심하면 할수록 더 불행해지는 느낌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복병이었다.      

 



급기야 호텔 측에 문의를 해 루드라라는 구루와 개인 면담을 하기에 이른다. 

그의 설명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을 해석하는 방법 중 하나인 ‘정신 mind', '마음 heart', ’ 몸 body',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존재로 보는 것이 있다. 정신은 성취에 관여하기에 자기 계발, 책임 완수, 사회생활에서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절대 만족을 모른다는 단점이 있는데 정신은 한 번 강해지기 시작하면 통제가 어렵다.    


 

마음은 욕심이라곤 없고, 아주 작은 일에도 만족을 한다. 단순한 데다 조금만 신경을 써줘도 쉽게 기뻐한다. 쉽게 만족하는 대신 상처도 잘 받기에 주기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살펴야 한다.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에서 이야기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 필요한 이유다. 

몸은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주면 정신이나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한다.      


마음이 원하는 건 성공이나 성취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일과는 거리가 멀어요. 
쉽게 만족하는 대신 상처도 잘 받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관심을 표현하고 다정하게 대해줘야 해요.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37쪽     



Human Working이 아니라 Human Being으로 


지금 불행하지 않기 위해 음미하는 삶이 중요하다.

<음미하는 삶> 편에는 코스타리카 생활 7년 차인 필라테스 강사 타리나와의 이야기가 나온다. 요하네스버그 출신의 그녀가 영국에서의 화려한 삶을 즐기던 중 남자 친구의 엄마로부터 조언은 가히 충격을 넘어 소름이 돋는다.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왜 '휴먼 빙'이라고 하는지 아니? 

'being',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거야. 근데 넌 그거로는 부족해서 자꾸 뭔가를 손에 더 넣어야 한다는 듯이 살잖아. 네 삶엔 너무 여백이 없어. 잠시 쉬면서 너의 존재를 음미할 틈이 없으니 늘 허기가 지겠지. 우린 '휴먼 워킹'이 아니라 '휴먼 빙'이란 말이야. 

그렇게 발버둥 치지 않고 자신의 존재 안에서 의미를 찾을 때 진짜 행복해질 수 있단다."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129쪽

    

 

런던의 화려한 생활을 접은 타리나는 두 시간씩 필라테스를 가르치며 살고 있는데 쓸 일이 없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런던에서라면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시간과 자유를 얻었다고도 했다.



예전 수유공간 너머가 분화되기 전 남산에 있을 때 니체 전공자 고병권 박사에게 수업을 들었다. 코뮌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어서 그곳에서 생활을 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고박사의 형 이야기를 하며 대기업 다니는 형이 그 많은 월급을 받고 있음에도 1년에 저축하는 액수는 고병권 박사와 비슷하다고 했다. 

    

 

공동체 생활을 하기에 싱싱한 먹거리로 음식을 섭취함은 물론 수유공간 너머에서 생계가 다 해결이 됐다. 공부하고 가르치다 보니 쓸데없이 나가야 하는 돈이 없었다고 했다. 타리나처럼 적게 벌지만 쓸 일이 없기에 온 가족이 소소한 기쁨을 누리며 정서적으로도 풍족하게 살고 있었다.    



소소한 현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마음의 습관인 ‘음미하기 savoring'는 『굿 라이프』에서도 언급한. 작은 것도 귀하게 여기는 행복한 삶의 기술이다. 이는 소소한 즐거움들을 더 자주 경험하려고 일상을 재구성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랑게르한스 섬의 오후』에서처럼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과 같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 소소하게 음미하는 것을 말한다.      



번 아웃되기 전에 미니 휴가로 



구루 루드라는 일상으로 돌아가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저자의 질문에 아주 간단하지만 매력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바로 ‘미니 휴가’다 

일에 몰입하다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쯤 큰 포상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매일 한 번씩 휴가를 떠나는 ‘미니 휴가’를 권한다.      


미니 휴가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도 예시로 나온다.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에게 잠시 일을 멈추고 하루 딱 5분의 시간을 내게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도록 했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가 30퍼센트가 줄어들었단다.      



하루 중 잠깐의 시간을 내어 산책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단 5분만이라도 하늘을 바라보는 미니 휴가를 즐기라고 조언한다.      


우리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마음 챙김이란 억지로 현재의 순간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과는 달라요. 그보다는 현재 시점에서 집중하되 현재에 머물고 있는, 혹은 일어나고 있는 모든 내외적인 요소와 존재, 감정, 자극 등을 아무런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240쪽     



이어서 “현재에 집중하는 훈련은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 빠질 위험을 줄이고”, “성공에 집착하거나 관계 속에서 지나친 사랑이나 실망으로 방황하는 일도 줄어들”거라고 예단한다.      

사실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의 내면세계에 한해서일 뿐이다. 

나 자신과의 관계에 정성을 쏟는 것, 시작은 내게 친철하기부터다.   

    


나에게 선언한다. 불안함 대신에 평온함을!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의 대사로 마무리를 한다. 

현재의 순간을 즐기는 Carpe Diem을

그 누구도 아닌 자신 만의 걸음을 걸어라.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이 글은 독서모임 성장판 활동으로 위즈덤하우스에서 책을 지원받아 읽고 썼습니다.     

본 글은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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