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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Nov 16. 2020

조용한 슬픔이 지속되지 않으려면

굿 라이프란 내가 하는 일에 숨을 불어넣으며 타인과 행복하게 사는  삶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일터를 갖지 못한, 아니 일터를 잃어버린 20대 여성들이 점점 더 많이 목숨을 끊고 있다.

젊은 여성들이 코로나 이후 고용 위기에 몰려 90년대생 청년 여성들이 소리 없이 지고 있다. 한국 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대 여성 실업률이 7.6%로 실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침묵이 ‘조용한 학살’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남학생들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진학률도 높은데 사회에 나와서는 기껏 보조인력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로 서비스 업종이 타격을 받다 보니 직격타로 20대 여성인력들이 희생되고 있다.     


 




조용한 슬픔     


진순희     



낙엽이 고요히 떨어진다

녹색 시효가 만료되어 주검들

먹고 버려진 빈 컵라면 용기와 함께

갈 곳 모르고 서성이고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던데

코로나 이후 20대 여성 3만 명이

옮겨 앉을 곳

다시 날아오를 날개 하나 없이

일자리를 잃었다

지상에서 지하로 추락한 아픔

낙엽으로 굴러다니고 있다    


      

대학 진학률도 남자보다 더 높은데도

탄생과 죽음 사이에 선택권도 없이

링 위에 올라보지 못하고 맥없이 스러지고 있다


갈잎은 초록의 시절 거쳐오기라도 했지

버려진 컵라면도 제 몫을 다했는데

무엇 하나 꽃 피워보지 못하고

금 밖으로 밀려나 주춤거리는 청춘

아직은 시효가 남은 저 젊은 꿈을 위해

넓은 등짝 내밀어 업어줄 사람 없는가    

 


 

출처: Pixabay






일자리에서 밀려나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여성들의 기사를 보며 생각해 본다. 좋은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     


‘내 삶을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라는 부제를 단 『굿 라이프』에서는 좋은 삶은 ‘좋은 것이 많은 삶’이라고 단언한다. 좋은 삶이 되려면 일단 영혼의 영양소인 ‘자유’와 ‘유능감’, ‘관계’가 균형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행복’이란 관심이 있는 대상이 있을 때 GRIT 하게 된다. 뚝심, 기개, 집념이라고 이해될 수 있는 GRIT은 장기간의 목적을 갖고 인내와 열정을 통해 나타난다. 당연히 목표를 달성한 경험이 축적되면서 ‘유능감’이 갖춰진다. 그런데 이것이 자발성에 기초를 둔 ‘자유’에 의한 것일 때 ‘행복한 삶’, ‘괜찮은 삶’이 된다.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행복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굿 라이프』에서 이야기하는 ‘굿 라이프’의 3+7 시스템을 부박하나마 소개해 본다.

‘좋은 기분’과 ‘좋은 평가’, ‘좋은 의미’의 세 가지 신호는 우리 삶의 상태를 알려준다. 좋은 삶이란 이 세 가지가 7가지의 좋은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  

 

  


예상을 뒤엎고 좋은 것에는 ‘착한 것’이 기준이 되지 않았다. 


-좋은 삶은 좋은 사람들이 있는 삶이다(good people): 착한 사람이 아니라 기분을 좋게 하고 삶에 대한 만족과 우리 삶에 대한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좋은 사람’이 있는 곳을 지칭한다.


-좋은 삶은 좋은 돈이 많은 사람이다(good money): 착하게 번 돈이 아닌 기분을 좋게 하고  만족과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돈이다.


-좋은 삶이란 좋은 시간이 많은 삶이다(good work): 급여가 많거나 복지 혜택이 많은 ‘일’만이 아니다. 기분 좋고 삶에 대한 만족과 의미를 느끼도록 시간이 허락된 삶을 말한다.  


-좋은 삶이란 좋은 건강 상태로 사는 삶이다(good health): 운동선수가 될 정도로 ‘건강’해야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


-좋은 삶이란 좋은 자기로 사는 삶이다(good self): 자기 자신에 대해 기분이 좋음은 물론 만족스러운 삶과 의미를 경험하며 사는 삶을 뜻한다.

  

-좋은 삶이란 좋은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삶이다(good frame): 자신의 삶에 품격을 더해주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삶을 이야기한다.       


결국 좋은 삶이란 자기답게 살면서 좋은 기분으로 자기 삶에 대해 만족하며 삶의 의미를 느끼며 사는 삶이다. 많은 경우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삶의 충만함을 느낀다.



일에 대한 소명의식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나사 NASA를 방문하던 중에 복도에서 만난 직원에게 하는 업무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저는 인류를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그 직원은 뜻밖에도 미화원이었다. 천체물리학자도 엔지니어도 컴퓨터 프로그래머도 아니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소명 의식을 갖고 있었기에 느닷없는 질문에도 또렷하게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굿 라이프』 에서는 예일대 에이미 브제시니에프스키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자신의 일을 소명이라고 보는 유형”이 행복할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성실하단다.   

   


-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기 삶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한다.
- 비록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면도 없지 않으나, 지금의 일이 자기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긴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믿는다.
-자식들에게도 이 일을 권장한다.
-『굿 라이프』, 198쪽      



이 부분을 읽으며 실은 깜짝 놀랐다. 평소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을 주르르 죄다 옮겨다 놓은 듯해서 말이다.  

사교육에 몸을 담고 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단순한 돈벌이로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만일 그렇게 생각했다면 근 30년 가까이 이 일을 해내지 못했을 것 같다.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는 건 맞지만 몸 담고 있는 일이 의미 있고 재미가 있다. 신이 나서 아침이면 발딱 일어난다. 오늘은 또 무슨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된다. 눈뜨자마자 나만의 리추얼인 모닝 페이지부터 쓴다.



쉬는 날이 하루 있지만 웬만해선 일터 주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곳에서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산책도 한다. 공원 산책보다 좀 더 오래 걷고 싶으면 한강 고수부지까지 나간다. 나간 김에 동작 구름카페까지 올라가 책을 본다. 차 한잔 마시며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핫플레이스인 강남역이 20분 이내의 거리에 있어 그곳에 있는 대형 서점을 놀이터처럼 이용하고 있다.

내 주변의 공간에 의미부여를 하며 나만의 공간을 새롭게 창출해내고 있는 중이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에 따르면 삶이 지루한 것은 공간이 지루해서란다.

꼭 내 소유의 공간이 아니더라고 눈에 띄는 공간마다 공간에 대해 재정의를 하며 나와 연결시키며 살아가고 있다. 이름까지 붙여가며 말이다.

늘 걷는 공원길은 ‘SUNY의 퀘렌시아’라고 명칭을 부여하고, 즐겨 찾는 오솔길은 ‘월든의 숲 속’이라고 명명하고, 바람 쐬러 나가는 강남역은 ‘무랑 루주 Moulin Rouge 거리’라 칭하며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고, 공간과 대화를 한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나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아이들에게 글쓰기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생각하기의 유용성을 깨우치게 하고 있다. 또 아이들에게 목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비전을 심어주고 있다. 인문 고전 수업을 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어 축복받은 삶이라 생각한다. 지금 하고 있는 ‘업’을 천직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도 나도 함께 성장해나가는 나의 직업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다.      


  

아침 7시 20분이면 자습하러 오는 고3 여학생이 있다. 집에서는 집중이 안 되니 새벽부터 와서 공부한다.

3년을 아니 4~5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야근을 하고 있는 셈이다. 패기 있고 꿈 많은 여학생이 링 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는"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라도 내며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영향력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굿 라이프이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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