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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Nov 25. 2020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

인생의 목표를 찾고 있는 그대로의 존재에 기뻐하고 사랑하면 된다

공대생의 심야 서재에서 하는 ‘콘텐츠 탐구반’에 몸담아 공부하고 있다.

‘콘탐반’의 리더인 공심님께서 질문을 했다. 콘텐츠 탐구? 왜 하시려고 하지요?

돈, 명성,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서 인가요?

사람들이 생각하느라 조용했다.(아휴, 진중한 사람들 같으니라)



점잖게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 했는데 방정맞게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어서지요. 어떤 미사려구를 동원해도 결국 경제적 자유지요” 이렇게 대답을 했다. 대답한 김에 워런 버핏도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부자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어디서 주워들은 말을 잽싸게 내뱉었다.      



고상하게 “돈보다는 콘텐츠 탐구해서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싶어요.”

아니면 “이 사회를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어요.”

이렇게 ‘있어 보이는’ 말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데 그만 참지 못하고  툭 말을 해버렸다.



공심님이 얼른 “돈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하는 것에 대해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죠. 근데 부와 관련된 이야기는 모두들 관심 있어하니까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죠.”하며 수습? 아닌 수습을 했다.     

나중에 단톡 방에 올라온 카톡을 보니까 “매장 살리기로 경제적 자유를 찾기. 콘텐츠 개발로 자신감 회복하기” 등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물질적 풍요는 일정 부분 사람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임은 분명하다.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에도 “행복감과 무관한 소득 증가는 없다.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특정 수치의 국내 총생산은 없다.”는 연구를 소개한다.

다만 소득이 증가할수록 만족의 증가폭이 감소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불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한다.


  




‘인생의 진짜 목표를 찾고 사랑하는 법’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독일의 포르츠하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하노 벡과 뮌스터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알로이스 프린츠가 공저로 썼다. 하노 벡은 “뼛속까지 경제학자이자 돈, 국민총생산, 여러 이론과 모델을 분석하고 이면을 해석해” 왔지만 “경제학자로서 세계와 나를 이해하는 궁극적인 질문을 던져야만 했다.”라고 토로한다.      







시간이 부자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     


최근 KBS 스페셜 [행복해지는 법] 2부-'행복의 비밀 코드'를 봤다. 저녁 5시부터 새벽 4시 30분까지 밤새 식당에서 일하는 39살 가장의 삶을 다루고 있었다. 새벽 5시 귀가해 그가 자고 있는 동안 아내는 두 딸을 9시 30분부터 4시까지 어린이 집에 맡긴다. 어린이 집에 아이들을 데려다  놓고는 곧장 남편의 식당으로 간다. 오전 내내 하루치 준비를 마치고 혼자서 점심 손님을 맞는다. 이 가족이 모두가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낮 4시부터 4시 30분까지다.  이 댁의 가장이 출근하기 전까지 딱 30분이다. 시간이 서로 안 맞아 식사 시간도 함께 하지 못한다. 목표가 있기에 이런 생활을 한 10년 정도 더 하다 50살이 넘으면 그때부터는 좀 즐기고 싶다고, 그때는 진짜 부자인 시간이 부자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열심히 사는 젊은 부부의 모습을 보며 앞만 보고 달려온 나의 모습이 보였다. 밤일을 하는 탓에 가족들과의 시간은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다. 남편이 혼자 저녁을 먹은 세월이 수 십 년째다. 특별히 무슨 기념일이나 돼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처음 학원을 오픈할 때는 7년만 딱하고 말 생각이었다. 남은 세월은 저 젊은 가장처럼 여행이나 다니며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 거라고 시작한 것이 벌써 26년째다.





나는 시간 부자가 되었나? 결코 아니다. 오히려 시간에 더 쫓기듯 살고 있다.    

수업이 늦게 끝나 밤늦은 귀가해 홀로 잠든 남편을 보면서 무슨 영화를 보자고 이렇게 사나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 한다.

속절없이 늙고 있는 신랑을 보며 코로나로 여행도 못 가고 어떻게 하든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 젊은 가장이나 나 자신이나 진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내가 지닌 것에 집중하며 현재를 살면 5년 후의 10년 후의 행복한 모습이 될 거라 예상도 한다.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



다큐 '행복의 비밀 코드'에서 사람들에게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물어봤다. 돈이 40.6%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건강이었다. 화목한 가족은 돈의 절반인 20.3% 밖에 되지 않았다. 배우자나 이성친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7.54%에 그쳤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면서도 막상 행복하기 위해 친구는 고작 3.12%에 지나지 않았다.

 

출처: KBS 스페셜 [행복해지는 법] 2부-'행복의 비밀 코드'


이에 비해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에서의 미국의 한 연구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돈보다는 관계에 더 치중했다. 행복 순위 상위 10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삶의 만족도가 최고점에 있었다. 그들은 사회적 관계가 돈독해 혼자인 적이 거의 없었고, 긍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느꼈다. 좋은  경험을 더 많이 떠올렸고 신경이 덜 예민했을 뿐만 아니라 외향적이기까지 했다.



우정을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뽑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안전하다고 느끼고, 건강 만족도 또한 높았다. 자신이 성취한 것에 만족했다.

사실 자신이 성취한 것에 만족하지 못하면 결코 행복할 수가 없다. 인생에 거는 기대와 요구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행복의 위험요소이긴 하다. 나 또한 목표치를 높게 책정하다 보니 늘 미흡하게 느낀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일찌감치 그것을 간파했다.


 "인간은 언제나 너무 큰 과제를 택하기 때문에, 실제보다 재능이 더 없어 보인다."라고 말이다.
인간은 자신의 만족도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다. 젊은 시절에는 과대평가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과소평가하는 경행이 있다. 그 결과 채워지지 않은 기대만 남는다.

-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 212쪽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율성과 유능감과 관계성으로 동기 이론에서는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꾸준히 하다 보면 잘하고 있다는, 잘한다는 유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마음이 충만하면 사람들과의 관계성 또한 좋아진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만족 수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과대평가하는 잘못을 범한다. 그 결과 우울해지고 자신감마저 하락한다. 급기야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져 관계성마저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행복으로 가는 가장 주요한 토대는 자유다. 타인과 연대할 수 있는 자유, 각자의 기준에 따라 삶을 구성할 수 있는 자유, 이러한 자유는 행복 추구의 가장 최우선으로 여겨진다. 타인의 행복이 위험하면 개인의 행복 역시 위험해진다.

-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 63쪽



개개인 각각의 기준에 따라 삶을 이끌어나가는 자유, 이것이야 말로 행복 추구의 기본이다. 기준이란 것도 참 애매한데, 기준을 정할 때는 자신만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따르면 된다.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도 타인의 행복에 영향력을 발휘할 때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행복이라는 것도 관계성에 비롯된다.

『굿 라이프』의 3부에서도 '품격 있는 삶'이란 은 타인의 행복에 기여하는 삶이라고 주장한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라도 타인의 행복을 만드는 데  힘을 쏟으려 한다.

 이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연구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중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편지를 쓰는 팀과 의미 없는 일을 하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했을 때 희망 편지를 쓴 팀이 자신의 시간이 넉넉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타인과 연대해 그들이 행복하도록 기여할 때  행복감이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



사실 더 많이 일하고 일한 대가로 더 많이 갖고 그것으로 더 많이 소비하는 생각은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다.

요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는 청소도우미를 쓰고 그 시간에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단다. 젊은 부부들은 지혜롭게 잘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의 충만한 시간을 갖기 위해 다른 사람의 시간을, 노동을 사고 있는 것이다. 최인철 교수의 『굿 라이프』에도 행복한 사람들은 시간을 사서 삶의 밀도를 높이고 있단다. 내 안에서 행복하려면 자유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콘텐츠 탐구반의 학인처럼 경제적 자유와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내 인생의 진정한 삶의 가치를 들여다보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젯밤 12시가 다 되도록 '마음 담론(이하 마담)' 심리학 커뮤티에서 이 책을 갖고 토론을 했다.

'마담'의 한 학인이 책의 제목인 '만드는 것들'에 대해 섬세하게 논평을 했다.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의 원제는 How To Find And Love The True Life이다.

번역본 '만드는 것'들에게는 결핍을 이미 내포하고 있기에 애쓰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 있단다. 반면에 원서의 'Find'는 내 안에 이미 있기에 발견만 하면 된다.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긍정적이다.

있는 것만 발견하면 되기에 '존재' 자체에 무게 중심이 실려 있다. 참 지혜로운 통찰력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한 사람이 열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열 사람이 토론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한 바 있다. 열 명 가까이 되는 학인들과 토론을 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어제와 같은 독서 토론도 나의 자율적인 선택에 의해 마담 학인들과 관계가 맺어진 것이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서 앞으로 사유하는 힘이나 글을 쓰는 능력이 점점 좋아져 유능감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들려면 인생의 목표를 찾고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의
 '존재'에 기뻐하고 사랑하면 된다.

 존재에 놀라워하고 기뻐하는 일, 그게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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