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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Nov 28. 2020

뜨는 것들의 배후에는?

이미 세상은 포노 사피엔스에게 전복당하고 있다

어린아이보다도 못한 어른들의 ‘디지털 능력’     


디지털 세계에서는 6살 어린아이가 45살 먹은 어른보다 똑똑하다는 기사가 몇 년 전 신문에 실린 적이 있다. 오프콤이라는 영국의 방송통신 규제기관에서 6~15살 800명과 16살 이상의 청소년과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술 이해력을 평가했다. 놀랍게도 6~7살 꼬마들의  ‘디지털 지능지수’(DQ) 평균이 98로 45~49살의 평균값 96보다도 더 높게 나왔다. 이해하는 능력과는 별개로 디지털 기술을 조리 있게 해석하거나 받아들이는 정도인 디지털 기술 이해도는 14~15살이 113으로 가장 높았다. 



그에 비해 55살 이후의 성인은 60% 이상이 평균 이하였는데, 예상했던 대로 고 연령층 일수록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크게 떨어졌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를 접한 어린이들의 디지털 기술 이해도는 조부모를 비롯한 부모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통계를 보여주고 있다. (한겨레 신문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참고)     



캔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도 디지털 기술에 문외한인 다니엘(댄)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목수 출신의 댄은 심장병이 악화되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찾아간 관공서에서 일생 최대의 벽을 만난다. 복잡하고 관료적인 절차는 차치하고서라도 실업급여를 인터넷으로 신청해야 하는 데서 그만 좌절한다. 구직 수당을 신청하려 찾아간 곳에서 직원이 “마우스를 올리고 클릭한 다음에 내용을 입력하세요”라고 하자 마우스를 들어 올리는 웃지 못할 행동을 한다. 마우스를 들어서 올리는 것으로 이해한 댄은 쩔쩔매다 이용시간이 끝나버린다. 느닷없이 찾아온 디지털 혁명 앞에서 속수무책인 댄의 모습은 묵직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작년 한 해 문체부에서 인문 강사 활동을 했다. 자신이 수업한 내용과 사진을 첨부해서 파일로 보내야 강사료가 들어왔다. 연배가 있는 강사들 중에는 이것을 할 줄 몰라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밴드에 올리지 못함은 물론 사진도 A4 용지에 하나만 붙여 넣었다. 강사 스스로 열심히 강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증명해 내지를 못했다. 자녀들한테 부탁하거나 다른 사람이 해줘야만 제출할 수 있었다.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한다. 화이트 칼라라 하더라도 갑작스레 변한 환경에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최재붕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는 지금은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라며 문명의 표준을 바꾸라고 우리에게 주문한다. 시대가 바뀌었기에 생각을 바꾸라고 권한다. 그래야만 지금의 신문명을 이해할 수 있단다. 오래도록 일하고 싶다면 자기 생각의 표준을 바꿔야 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책상에 인터넷이 있던 시대에서 이제 손에 움켜쥐게 된 세상이 왔기 때문이다. 어느 때고 스마트폰만 손에 들면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정보 선택권을 쥔 신인류는 권력을 갖게 되어 소비자가 왕인 시대가 왔다.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로 여기며 삶의 방식을 재정의한 사람들입니다. 스마트폰이라는 디지털 커넥터가 손에 붙으면서 전혀 새로운 방식의 삶을 살기 시작했죠.     

- 『포노 사피엔스』, 113쪽          



 이미 혁명은 일상으로 번진 지 오래다. 

『포노 사피엔스』에 소개된 사례를 들자면 2017년 한국시티은행이 127개 지점 중 90개를 폐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광역별 통합센터를 만들어 80 퍼센트의 지점 폐쇄를 한 지 1년 만에 7 퍼센트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아마존의 온라인 유통으로 125년 전통의 시어스 백화점도 2018년 파산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소비방식이 바뀐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진화’라고 할 수 있는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인데, 진화에는 역변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나 역시 폰으로 인터넷뱅킹을 하고 있다. 은행에 간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예약 이체는 물론 모든 결제를 폰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편리함을 경험을 한 이후에는 절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압도적인 편리함은 은행에 직접 갔던 30여 년의 습관마저도 뇌에서 지워버린다.      



역변 없는 진화   


해외에서 신문명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제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권을 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발전에는 예외가 없고 인류의 자발적 선택에 기반한 진화에는 역변이 없습니다. 그것이 글로벌 시장 변화가 전하는 혁명의 메시지입니다.      

-『포노 사피엔스』, 67쪽


모토로라를 매각으로 노키아, 샤프, 도시바, 제이브이씨, 산요 등 거대한 IT기업들이 몰락하며 애플이 아이폰에 힘 입어 세계 1위 기업으로 등극한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신인류가 새로운 세상으로 발 빠르게 진화해 기존의 시장 생태계를 뒤바꾸고 있다. 그간의 산업혁명처럼 제조기술의 혁신이 시장의 혁명을 이끈 것이 아니다. 방향성이 다른데 인류의 소비 문명의 변화가 혁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1,2,3차 산업혁명과 극명한 차이가 있다.



아마존은 디지털 플랫폼, 빅 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을 가장 잘 결합해서 성공한 기업입니다. 그리고 포노 사피엔스들로부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기업입니다. 그 성공의 철학은 한마디로 '고객 중심 경영', 아니 '고객 집착 경영'입니다.     - 『포노 사피엔스』, 193쪽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모든 구성원들이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을 학습하는 일입니다.    

 - 『포노 사피엔스』, 195쪽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포노 사피엔스들의 활약으로 ‘고객 중심의 경영’에서 ‘고객 집착 경영’으로 이미 들어선 지 오래다. 


다음은 코로나 이후의 기업의 변화이다. 살펴볼 수 있듯이 디지털 플랫폼과 빅데이터와 인공 지능을 결합한 기업들만이 세계 10대 기업에 들어가 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AZOmYNKo-sg


모든 비즈니스의 근간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 중이다. 학습도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유튜브로 커뮤티로 공부하고 있는 세상이다. 

UNIST 학부 시절, 김태훈 씨는 딥마인드와 애플이 비공개로 설정한 코드를 개발해 20여 차례 오픈소스를 공개했다. 그의 코딩 실력에 감탄한 구글 브레인의 수장 제프 딘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 기업인 오프 AI에 취업했다. 멋지게도 이 회사는 인류에 이익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가 받을 연봉은 놀랍게도 3억~5억이라고 한다.  

김태훈 씨는 SNS 활동과 오픈소스에 기반한 학습으로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교육의 방향도 스마트폰 문명에 기반한 디지털 학습능력이 필수적인 요건으로 가고 있다.   


      

구글 신과 함께 한 혁신으로 대구노동청 안동지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던 반 병현 씨의 사례도 있다. KAIST 바이오-뇌공학 석사 출신의 그에게 내려진 업무는 안동지청에서 보낸 3,900개가 넘는 등기우편의 13자리 등기번호를 우체국 홈페이지에 일일이 입력한 후 출력해서 보관하는 작업이었다.   


   

그것을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그는 파이썬 Python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구글에 ‘Python crawler Library’를 검색해 셀레니움이라는 이름의 라이브러리가 적합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발견한다. ‘셀레니움으로 무적 크롤러 만들기’ 사이트에 들러 직접 코딩을 한다. 그 결과 6개월이 걸릴 업무를 파이썬으로 단 30분 만에 해결했다. 

 반병현 씨도 SNS를 기반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해결했다.      



출처: Pixabay


위의 두 사례는 스마트폰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바뀌고 있음에도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들고 있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눈에는 걱정스럽기는 하다. 

학원에 오는 아이들도 수업하기 전에 폰을 뺏으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 수거하더라도 아이들의 눈에 보이는 곳에 둬야 안심을 한다. 남학생이고 여학생이고 쉬는 시간에도 거북목이 되어 폰에 코를 박고 있다. 남학생들은 팀으로 게임도 하지만 게임에 접속한 모르는 사람들이랑도 하며 게임하는 데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공부하는 경우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검색 찔끔하다가 바로 웹툰이나 게임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는 문명의 표준이 바뀌고 있기에 힘들지만 어른들이 꼭 새로운 문명을 배워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나의 시각이 어느 문명에 맞춰져 있는 지를 아는 것부터가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혁신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문명을 표준 문명으로 인지하는 일입니다. 이 길은 어려지만 생존을 위해 꼭 가야 하는 길입니다.    

 - 『포노 사피엔스』, 178쪽           


아이들에게 디지털 문명에서의 인문학적 소양과 감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마음의 표준을 바꿔야만 된다고 한다. 스마트폰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버리라고 채근한다. 마음속의 무의식의 대원군을 몰아내고 인간에 대한 마음, 인문학 교육을 아이들에게 교육시켜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이 있었던 디지털 세대를 아날로그 문명으로 절대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성인 세대의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디지털 지능’이 새로운 평가척도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 이해력의 중요성은 분명하다.   

  

 

책의 카피처럼 “새로운 부의 창출, 새로운 행동의 표준, 새로운 마케의 중심, 이미 세상은 그들에게 전복당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옛날로 돌아갈 순 없겠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뀌고 있기에 ‘원래’ 해오던 방식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고. 신문명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나부터라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무장을 해야겠다고 가다듬었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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