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게르

- 여덟 개의 기둥이 젖은 하늘을 밀어낸다

by 진순희
게르.jpg <네이버 포토갤러리> 월암(arizonayoo) 님



도시 속 게르


여덟 개의 기둥이 젖은 하늘을 밀어낸다

둥근 지붕의 넓이만큼 뒤로 물러선 허공

마른하늘이 바닥에 펼쳐진다


접힌 주름을 펴고 걷는데

바짓단에 눅눅한 오후가 튀어 오른다

우산 아래 젖지 않는 세상을 넘보며 바람이 드나든다

그의 적수는 비가 아닌 바람이다

부러진 우산 하나 길바닥에 누워있다

저 초라한 내부, 뒤집힌 은빛의 뼈가 젖고 있다


구름의 생애는 늘 지상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비의 눈과 손과 혀가 모두 빗물이란 이름으로 압축되어

순식간에 길이 젖고

우르르 퇴근길이 버스 꽁무니를 따라간다


수없이 펼쳐지는 이동 게르

색색의 얼굴들 머릴 맞대고 행진 중이다

길을 따라 흐르다가

어느 순간 지하도로 사라진다


도시 한 복판에 천막이 펼쳐지고

끊어진 길이 이어진다


밤만 되면 나타나는 대리 운전수들

또 게르를 치고 있다



<시에> 2014년 봄호


진순희 사진.PNG

진순희 시인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2012년 <미네르바>로 등단

존 스튜어트 밀 인문고전 연구소 소장

진순희 국어논술학원 운영





<명문대 합격 글쓰기>의 저자 진순희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책표지-명문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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