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다영이네 가족은 미국에서 3년이나 살다 왔다. 아빠가 미국으로 발령을 받아서 국제학교에 다니다 왔다. 요즘은 국내에서만 자란 아이들도 어휘력이 많이 부족하긴 하다. 다영이 어머니는 대학에 계시는 데 당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도 어휘가 빈곤해서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어휘가 곧 생각의 질을 결정한다고 굳게 믿는 다영이 어머니는 아이의 어휘 문제로 고민이 많다.
상담 시간을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앞 시간의 아이가 글을 늦게 써서 중1 아이와 다영이 가족의 상담 시간이 겹쳤다. 중1 여학생이 간 다음에 다영이가 말했다.
"쟤 우리 반이야 엄마". 듣고 있던 다영이 어머니께서 "거봐 다른 아이들도 다 논술학원 다니잖아."
다영이는 책상만 내려다보고고 있었다. 앞 수업의 중1 학생의 책을 보셨니보다. 우리 다영이는 저런 어려운 책 못 읽어요. 초등학생들이 읽는 명작 동화로 해주셔요. 책 많이 읽고 생각을 정리해서 쓸 수 있도록만 했으면 좋겠다는 게 다영이 어머니의 생각이었다.
다영이 어머니의 바람대로 초등 세계문학을 어느 정도 끝내고 중학 과정으로 들어가기로 계획을 짰다.
다영이랑 지경사에서 나온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명작’ 시리즈부터 나갔다. 『동물농장』, 『돈키호테』, 『걸리버 여행기』, 『아큐정전』 등을 읽고는 바로 한 달만에 서울시 교육청 필독서로 들어갔다. 다영이 어머니께서 말한 거랑 막상 다영이를 가르쳐 보니 아이가 학습력도 좋고 성실했다. 숙제 내주는 대로 다 해와서 계획했던 것보다 일찍 초등 독서를 마무리했다.
평소 책을 읽었으면 반드시 결과물로 글을 쓰게 한다.
학교 독서록에 올리기 위한 것도 있지만 제대로 된 글쓰기 습관들이기 위함이 더 크다.
글을 쓰기 전에 마인드 맵으로 글의 뼈대부터 잡는 다. 뼈대 짤 때는 큰 틀에서 한다. 책에 대한 것과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키워드를 찾는다. 책의 내용 중 안타까운 점이나 한계 등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자기의 생각을 풀어내게 하고 있다.
그런 다음 마인드맵 한 것을 토대로 글을 쓰면 한 편의 훌륭한 글이 나온다.
오늘도 다영이랑 수업한 것을 스캔을 떠서 다영이 어머니께 카톡으로 보냈다. 다영이가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고급의 어휘를 글로 써내서 깜짝 놀랐다며 연락을 주셨다. 평소에 말할 때도 다양한 어휘를 구사해서 저희 부부가 내심 놀라고 있다며 고맙다는 말을 연신하셨다.
다영이 한테 어머니께서
“너 어떻게 그런 단어를 쓰는 거야. 알고 쓰는 거야” 했더니 “이 정도는 원래 국어 시간에 다 말해. 그냥 쓰는 말인데 뭘” 하더란다.
듣고 있다가 다영이 어휘력 수업하는 것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
꿈을 담는 틀의 『중학국어 일등급 어휘력』과 고교내신·수능국어 어휘교재인 마더텅 출판사의 『국어1등급어휘력』을 같이 나간다. 중1이어도 중학 어휘력과 수능 대비 어휘력을 같이 나가는 이유는 중학 어휘력의 단어가 부족해서라기 보다 문제가 쉬워서이다. 암기하지 않아도 풀 수 있도록 문제가 구성되어 있어서 조금만 눈치 빠른 아이들은 외우지 않고 그냥 풀어버린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단어 옆에 붙어 있는 한문 밑에 한글로 쓰게 한다. 예문에도 동그라미를 치고 예문 끝에 단어를 다시 한번 쓰게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면 강단 剛斷/단단할 剛, 끊을 斷/ 이렇게 나와 있으면
-“단단할 강, 끊을 단” 이런 식으로 한글로 다시 한번 써보게 한다.
-깡패들에게 맞선 이야기는 그의 강단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강단”
처럼 단어를 한번 더 써서 머리에 각인을 시킨다.
영어 단어 암기하는 것처럼 한 번 학원에 왔을 때 150~200 단어를 암기하고 시험을 본다.
중학교 때 이런 단계를 밟고 가서 그런지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가서도 국어 내신은 물론 모의고사 점수도 잘 나오고 있다.
꿈을 담는 틀의 『중학국어 일등급 어휘력』
마더텅 출판사의 『국어1등급어휘력』
요즘은 교과서조차도 못 읽어내는 아이들이 많다.
‘편재’되어 있다는 말을 이해 못해 시험문제에 틀려오기도 한다.
어휘는 표현력의 수준을 결정한다. 어휘를 많이 알고 있는 아이는 다양하게 표현해 낼 수 있다. 어휘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사용하는 단어의 수가 많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개념에 대한 인지 능력이나 논리적인 인식 능력이 발달해 있음을 뜻한다.같은 사물에 대해 정밀하고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음은 물론 수준 높은 어휘를 사용함으로써 개념을 포괄적이고 정치하게 이해할 수 있다. 어휘력은 고등정신기능의 신장을 도모할 수 있다. 어휘력이 사고 능력이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휘력이 부족해서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빈어증’ 증세가 심각한 아이들이 많다.
세린이 어머니는 자영업을 하기에 퇴근이 늦다. 시험기간인데 잠깐 세린이가 빈 교실에서 역사공부 좀 하면 안 되겠냐고 전화를 하셨다. 글 쓴다고 일찍부터 나와 있던 자여서 학원 문 열려 있으니까 보내라고 했다.
역사 교과서 한쪽 읽는 데 어휘에 대한 질문을 끝도 없이 했다. 사전 찾아서 하라고 해도 사전에 있는 단어 풀이 조차 잘 못 읽어내서 황당했다. 세린이는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를 못한다.
교과서를 읽으면서도 블루투스를 꽂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아무리 야단을 쳐도 자기는 멀티가 돼서 괜찮다고 하더니 시험은 학교 평균보다도 못 받아왔다.
활자매체에서 영상매체로 급격하게 변하면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유 능력은 점점 퇴보하고 있다. 독서량과 어휘력이 비례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어휘가 부족하니 책을 못 읽어내고, 책을 안 읽으니 어휘가 빈곤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독서는 맥락적 사고를 넓히는 데 효과적이지만 책을 읽지 않는 아이는 맥락적 사고도 부족하다. 어휘 능력 또한 일천하다. 그래서 어휘력 문제집을 사서 계획을 세워 꾸준하게 어휘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영어 단어 암기하듯이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다영이가 『시간을 파는 상점』을 읽고 마인드맵으로 개요를 짜고 독서록을 쓴 것이다.
다영이는 상점에서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판다는 것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또 시간을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로 나눈 것도 독특하다고 했다. "재미 있는 것을 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잖아요. 이런 주관적인 시간이 카이로스군요." 라며 나름 자신이 해석해서 말을 했다.
PMP 훔친 아이에게 바로 야단치고 끝냈으면 그 아이가 밤새 고민하다 자살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책을 읽고 제법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마인드맵으로 뼈대를 잡았다. 이렇게 1차적으로 하고 나니 그 다음에 글을 쓰는 건 어렵지 않게 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