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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an 26. 2021

내가 쓰는 향수는 에르메스 켈리다

나를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있다면 민감성일 것이다. 특히 냄새에 민감하다.

좋아하는 냄새와 싫어하는 냄새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새벽 수영장의 락스 냄새를 좋아한다. 누구는 그 냄새에 몸이 락스 물에 담그는 것 같아서 싫다고 하는 데 밤 사이의 균들을 하나하나 세척해주는  듯해서 상쾌하다.

수영하고 나서의 찜질방 안의 쑥 향기도 좋아한다. 수영장 측에서 광고하는 인진쑥의 효능이 세포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몸의 피돌기를 힘차게 해 줄 것만 같다. 피부도 뽀송뽀송하니 보습을 유지해 노화도 더디게 해 미녀 서시처럼 예뻐질 것만 같다.       



냄새에 예민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이다. 남자고 여자고 간에 모두 향수를 쓴다. 여자라야 나밖에 없지만, 자기 취향에 맞는 향수는 따로 있다. 아들은 조 말론을 쓰고, 남편은 존 바바토스 아티산 오데토일럿을 쓴다. 강한 향기보다는 은은한 향내가 나는 향수를 주로 쓴다.   

   





내가 쓰는 향수는 플로럴 향이 나는 에르메스 켈리 깔레쉬 오 드퍼퓸 스프레이이다.

처음부터 이 향수를 썼던 것은 아니다. 원래부터 썼던 것은 샤넬 N°5이다. 샤넬 N°5는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가브리엘 샤넬의 예상은 적중했다. 샤넬 N°5가 미래의 향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수많은 여성들이 이 향수를 썼다.


25년 간 흔들림 없이 사랑받아온 샤넬 N°5의 지속력은 향수 전문가 마이클 에드워드도 감탄하게 했다. 그는 “넘버 5의 독특한 향은 여성을 더욱 매혹스럽게 해, 사람들이 궁금해 그 여성을 돌아보게 하는 매력 포인트가 된다”라고 샤넬 N°5를 극찬했다.  



“향수는 액체화한 감정이다.
향수를 뿌렸을 때 아무도 향을 묻지 않는다면,
내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라고 언급할 정도로 향수에 의미부여를 했다.

나 스스로도 샤넬 N°5를 좋아했다, 학부형들이 주로 선물로 많이 줘서 오랫동안 써왔다.



샤넬 넘버 5는 1921년에 출시돼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을 정도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애정하던 향수를 바꾸는 사건은 ‘힐튼 민수’ 때문이었다. 민수는 힐튼 호텔에서 매주 아니면 적어도 두 주에 한 번씩은 점심을 먹고 와서 아이들이 붙인 이름이었다. 힐튼 민수팀의 수업이 토요일에 있었는데 민수네 가족은 할머니랑 주말이면 힐튼 호텔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늘 조금씩 수업에 늦었다.    

  

너 왜 매번 늦는 건데? 늦은 거에 대해 질책을 하면 우리 엄마한테 물어보세요.
나도 가기 싫어요. 방배동 할머니가 꼭 힐튼에서 밥 먹자고 해요.
 우리 할머니는 가까운 메리어트에서 먹는데, 방배동 할머니는 힐튼만 고집해요.
힐튼은 너무 멀어서 귀찮아요 한다.      


민수가 말하는 우리 할머니는 외할머니고 방배동 할머니는 친할머니다.  



그날도 민수가 3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평소에도 민수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글을 늦게 썼다. 남들보다 더딘 데다 늦기까지 해서 다른 아이들이랑 진도 맞추느라고 민수 옆에 딱 붙어서 글을 봐주고 있을 때였다.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민수가 계속 나를 빤히 쳐다봤다. 설명하는 것을 못 알아듣나 싶어서


“지금 설명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거야?” 했더니 아니요? 하더니,

“에이 우리 할머니 냄새”한다.

아마 방배동 할머니도 샤넬 N°5를 썼던 모양이었다.      



그 뒤로 빈정이 상해서 향수를 바꿔버렸다. ‘할머니’라는 말에 숨어있던 감정이 발끈했던 듯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에르메스 캘리 깔레쉬 오드 퍼퓸 스프레이를 쓴다. 향기가 은은한 데다 8시간 이상 향내가 지속되어 장기간 수업하는 내게는 딱이다. 게다가 향수병에 앙증맞은 자물쇠까지 붙어있어 병자체도 엄청 귀엽다. 향기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자물쇠로 꼭꼭 여미어놓은 듯해서 흡족하다.      




한 번은 도봉산엘 갔다가 식당엘 갔는데, 종업원이 코를 큼큼거리더니 내 주위를 맴돌았다.

    

손님이 들어오시더니 장미향이 나는 것 같아요.

아니 백합꽃 냄새인가 하면서 주변을 서성거렸다.


종일 음식 냄새만 맡다가 향수 냄새 맡으니 좋네요 하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에르메스 캘리는  나를 규정하는 향수다.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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