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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Feb 15. 2021

2인분을 해야 된다는 강박

"오늘 일을 내일 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기존의 학원 수업에다 공대생의 심야 서재에서 "조곤조곤 시 쓰기, "신나는 책 쓰기"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게다가 줌 수업까지 늘어났다. 

공대생의 심야 서재에서 하는 ‘콘텐츠 탐구반’ 덕분에 성인들 대상의 글쓰기 책 쓰기 수업이 만들어진 것이다. 수업하는 시간이 증가한 것은 이것의 영향도 있지만 이번에 출간된 책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수업도 많아졌다. 


정말 책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극강의 공부 PT』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데 이어 운이 좋게도 입시 결과까지 좋았다. 서울대 들어간 성지의 다정스러운 덕담도 한몫했다. 중학교 때부터 우리 학원을 다녀서 서울대를 갈 수 있었다고 주변 학원에 인사드리러 가서 이야기를 한 모양이었다. 그 학원 원장님이 아이들을 소개해줬는데 소개받은 아이를 성심 성의껏 지도를 했다.


 중학교에 입학해 코로나로 학교를 못 가니 학부모님들이 학교 일정에 대해 잘 모르셨다. 특히 첫 아이이거나 워킹맘인 경우에는 정보에 너무 어두웠다. 대체로 특목고 합격한 아이들의 경우 생기부에 기재된 독서목록이 35편에서 75편 정도다. 그러한 것을 알고 있기에 소개받은 현준이를 매일 불러서 독서감상문을 하루에 두세 편씩 쓰도록 했다.       


현준이 어머니께서 깜짝 놀라서 전화를 하셨다. 특목고나 자사고 가려면 이렇게 준비하는 줄도 몰랐고, 이런 게 있는지 조차 몰랐다며 선생님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냐고 연신 고마워하셨다. 현준이 어머니의 소개로 아이들이 계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아이들 모두 종업식 하기 전에 매일 불렀다. 오전 오후로 두 번씩 불러서 독후감을 올리게 했다. 중1 입학해서 한 편도 못 썼던 아이들이 15편에서 25편을 올리게 됐다. 다 쓴 독후감은 스캔 떠서 학원 컴퓨터에 저장한 다음 실시간 카톡으로 부모님께 보내드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목별로 분야별로 자료를 다 찾아서 주고, 외고 갈 아이들은 영어 사이트 들어가서 자료 찾는 법이랑 독후감 쓰는 법까지 알려줘 가며 영어 독후감도 네다섯 편씩 싣게 했다. 


명절 임박해 어머니들이 구정 선물들을 준비해서 오셨다. 글 한편 안 썼던 아이들을 일사천리로 독후감을 쓰게 한 것이 너무 놀랍다며 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욱 이상한 것은 학원 가기를 그렇게 싫어하는 아이인데, 부르는 대로 꼬박꼬박 가는 것이 너무도 희한하다면서 혹시 원장님이 하멜룬의 피리 부는 사나이 아니냐며 웃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 뒤를 졸졸 쫓아갔던 아이들처럼 어쩜 학원에서 부르는 대로 다 갈 수가 있는지 신기하다고까지 했다.   

   

정말로 우습게도 진순희 학원 다니면 평범한 아이도 서울대 보낸다고 소문이 윤색이 되어서 퍼져나갔다. 


"성지가 중학교 졸업할 때 전교 3등 해서 국회의원 상도 받은 아이예요. 

물론 과학중점반에 들어가서 힘든 부분은 있었지만 성실한 친구라서 곧 자기 페이스를 잡았지요. 

당연히 붙을 아이가 합격한 거"라고 정정해서 말을 해줘도 어머니들은 자기 식대로 믿었다. 


어떤 어머니는 전화를 해서 지방으로 전학을 가게 됐는데 어쩌면 좋냐고 하소연을 했다. 『극강의 공부 PT』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그대로 하시면 된다고,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안심시켜 드렸다. 

     

아무튼 성지랑 같이 공부했던 혜원이도 서울대를 붙어서 뜨거운 코코아 한 잔 마신 듯 따끈따끈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가 길어지자 지난 1년 내내 학원을 접어야 하나 걱정을 할 정도로 우울했었는데 제자들이 잘 돼서 영 마음이 훈훈하다. 


출간한 책도 잘 나가고 있고 책을 읽은 독자들의 전화도 자주 와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로 다들 어려운 가운데도 선방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은 까닭 모를 불안함이 있다. 언제까지 이 많은 수업을 할 수 있을까? 들어오는 수업을 다 받다가는 건강에 이상이 올 텐데 뾰족한 수가 없을까 궁리 중이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바쁘다. 매주 책 쓰기 수업이랑 시 쓰기 수업 교안도 만드느라 매일 책 한 권씩, 수십 편의 시를 읽어내고 있다. 강의를 녹화해 유명 플랫폼에 내 강좌를 개설을 하려고 준비하는 중인데,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상담 전화는 물론이거니와 시도 때도 없이 상담하러들 오셔서 강의 원고를 만들 짬이 안 나고 있다. 원고를 만들어야 강의 녹화도 할 텐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출처: Pixabay



요즘의 나는 뭔가 생각만 많이 하느라 피곤한 상태다. 

내가 잠들어 있어도 플랫폼이 일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놔야지, 네 번째 책도 얼른 써야지, 문체부 강사일도 다시 해야지, 고3 아이 특별한 교안도 짜야지 등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생각들이 달음박질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잘 되고 있는 중임에도 코로나 이전의 수익구조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 


함께 일하고 있는 며느리에게 


"난 2인분을 해야 하는 데 바쁘기만 하고 수확은 크게 없네" 했더니


화들짝 놀라며


"어머니, 왜 2인분을 하시려고 하세요. 1인분만 하셔도 충분하세요. 그동안 너무 애쓰며 사셨어요. 그냥 1인분만 하시면서 사셔요. 00 이가 어머니 걱정 많이 해요." 


지 남편을 들먹이며 걱정을 한다. 우리 집 며느리만 해도 참 맑은 친구다. 어려움 없이 잘 자라서 그런지 낯빛에 걱정거리라곤 없다. 있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고난에 처해보지 않고 살아서 그런지 구김살이 전혀 없다.    

  

며칠 전에도 “요즘은 어때요? 아픈 데는 없구요?” 라며 아들이 안부전화를 했다. 

아이들이 늘기 전이라 걱정이 많을 때였다.   


"난 2인분을 해야 하는데 요즘 코로나로 학원에 일이 없어" 했더니 


듣고 있던 아들이 

무슨 2인분이냐구, 0.5인분만 하고 쉬엄쉬엄하라고.

우리 몸은 사십 년 쓰면 완전 노후되는 거라 몸 아껴야 된다고. 그러다 큰일 난다고 말을 했던 터였다. 

끊기 전에 “삶을 꽉 채워서 사시지 마라”며, “이제는 그만, 그렇게 살지 않으셔도 된다”며 제발 살살 사시라며 전화를 끊었다.      



책을 읽다가 "삶을 꽉 채워서 살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문장이 들어왔다. 

정신과 의사 하지현 교수의 심리에세이『심야 치유 식당』에는 두 번째 손님으로 음식 중독에 걸린 여자 미수 이야기가 나온다. 고등학교 때 전국체전에 출전할 만큼 수영 실력이 출중했지만 교통사고로 운동을 그만두고는 80킬로그램까지 체중이 분다. 원하는 대학에는 합격했지만 지나치게 뚱뚱하다 보니 가족마저도 부끄러워하는 지경까지 간다. 살을 빼기로 결심을 하곤 하루 종일 운동을 하고 살을 뺄 수 있는 건 다한다. 단식원에도 들어가고 시술도 하고 죽지 않을 만금의 열량만 섭취하면서 날씬한 몸매를 만든다.    


미수는 두 번의 시련을 통해 모든 난관은 의지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살이 찌면 경쟁력이 없어져 버릴 것이라는 강박감에 젖어 “절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돼”라며 끊임없이 자신을 다그친다.  

    


옳은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사람이 옳은 것이다. 그리고 이긴 사람만 인정받고 살아남는다. 미수가 지금까지 살아온 좌우명이다. 옳고 그름보다는 승리와 패배가 생존에 직결 된다. 무시당하지 않고, 버림받지 않으려면 이겨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살려니 너무 힘들었다. 너무 열심히 해야 하고, 능력의 한계를 매번 넘어서야 한다. “여기까지면 됐어”라고 말해주기를 바라지만 “더 할 수 있잖아”라고 요구하는 사람만 있다.

-『심야 치유 식당』, 56쪽     



성취감에 중독돼 24시간 전투 모드로 살다 폭식증에 걸려 심야 치유 식당에 찾아온 미수에게 주인장 철주는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작업을 한다. 폭식은 현상적인 문제일 뿐이란 본질적인 문제인 스트레스 관리에 들어간다.      


“스트레스는 박멸하거나 해소할 대상이 아니다. 스트레스 없는 삶은 중력이 없는 지구, 백혈구 없는 혈액과 같다. 스트레스는 객관적인 현상이다. 안팎에서 벌어지는 자극에 대한 내 몸과 마음의 반응이다. 좋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나쁜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인풋과 아웃풋을 잘 조절하고 관리하면 평소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우듯, 도리어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있는 힘이 된다.

-『심야 치유 식당』, 72쪽    

  


하지현 교수는 미수 같이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에게 

“삶을 꽉 채워서 살지 않도록 하는 것, 70 퍼센트 정도만 채우고 약간의 여유를 의도적으로 두려고 하고, 삶의 주도권을 갖는 것만큼 스트레스 경영에 중요한 것은 없다.”라는 조언을 한다.  


나의 무의식에는 2인분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하기에 삶을 꽉 채워서 살려고 매번 계획을 세우고 30분 단위로 내가 한 일을 기록한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도 아닌 데 시간을 촘촘히 쓰려고 애를 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한순간에 비루했던 신혼의 나락으로 떨어질까 봐 겁이 난다. 아니 두렵다. 

이런 내게 심야식당의 주인장 철주가 미수에게 보낸 문자는 크게 위안이 됐다. 나를 위로하는 의미에서 꺼내본다. 



"오늘 일을 내일 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너는 지금 충분히 잘해 나가고 있어."

"욕망의 리듬을 한 템포 늦추면 사는 여유는 한 뼘 넓어진다."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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