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잡는 일에 발이 빠져 푸른 시절은 녹슨 쇠 빛이 되었다
진순희
징을 만든다는 것
800도 쇳물로
울음의 집을 짓는 일이다
식은 놋쇠 덩어리
얼마나 메질하고 다듬어야
하늘과 땅, 삼라만상 품어 안는
소리의 맥을 짚을 수 있을까
방짜 징
서까래 대들보도 없는 집이다
십리 밖까지 소리의 향기가 퍼지는
울음의 평수는 날로 넓어지고
꼬리를 문 울음소리
팔이 떨어져 나가도록 두드리는
놋갓장이 사내의 가슴 속 파고 든다
얼을 빼앗겨 버렸다
소리를 잡는 일에 발이 빠져
푸른 시절은 녹슨 쇳빛이 되었다
징의 가장자리에 구멍 내고
울음 잡아 징을 칠 때면
소리에 넋 놓았던 세월도 아깝지 않은
유기장匠, 그 사내
방짜울음의 집을 짓는 손끝에
신명나게 힘이 들어간다
제 책이 출간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