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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r 24. 2021

오래된 미래, 안분지족의 having

-현재의 가진 것에 집중하는 『더 해빙』

『더 해빙』을 읽고 드는 생각은 “거 참 당혹스럽다”이다. 

40만 부나 팔렸다는 사실도 거 참.     


 책은 전직 기자인 홍주연 작가와 구루라고 일컫는 이서윤 작가를 만나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인 having 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읽는 내내 이 불편한 감정은 도대체 뭐지 하면서 읽었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말하는 『시크릿』에 뿌리가 같고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가져다 버무려놓은 듯했다.  


    

“우리는 세상의 어떤 것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없어요. 그저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따라 세상을 인식하죠.”, ‘있음’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홍 기자님을 둘러싼 세계는 다르게 인식될 거예요. ‘없음’의 세상에서 ‘있음’의 세상으로요. 그 감정의 파장이 홍 기자님의 세상을 바꿔가죠.”

- 『더 해빙』, 53쪽      



지금 여기의 감정을 소중히 하고 내가 가진 ‘있음’에 집중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 안분지족을 주장한 조선의 선비들의 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having 하라고 하는 데, 그것은 아주 “오래된 미래”인 셈이다. 

     

지금 여기 있음에 집중하라고 하는 데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 것 같아 책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나만의 느낌일까? 남들은 다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데 나만 강퍅해서 감흥이 없는 것인가. 작은 일에도 잘 울고 불쌍한 사람만 봐도 눈물을 글썽이는 내가, 왜 이 책을 읽으면서는 도통 마음이 움직이지를 않는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감정이란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귀중한 에너지예요. 게다가 감정 에너지는 생명력과 연결되어 있죠. 어떤 인공지능도 표현을 모방할 뿐, 실제적인 감정 에너지를 가질 수는 없어요. 하지만 감정을 잘 활용한다면 부를 가져다주는 원천이 될 수 있어요.”

-『더 해빙』, 149쪽     

 

불교에서 말하는 ‘一切唯心造 일체유심조’가 생각났다. 세상 모든 일은 마음이 만든 것으로 세상사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이다. 그런데 『더 해빙』에서는 감정을 잘 활용하면 부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허황되기 그지없는 말을 한다. 물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사례가 증명하지 않았던가.      



『죽음의 수용소』의 저자 빅터 프랭클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삶의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미래에 대한 믿음의 상실은 죽음을 부른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수용소 주치의에게 1944년 성탄절부터 1954년 새해 이르기까지 수용소의 수감자들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성탄절에는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일이 지나고 새해가 되자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렸다. 현실을 똑바로 보며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만이 살아남았다.       



통계적으로 한번 살펴보죠. 제 데이터에 따르면 누구나 인생에서 2~5번 정도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돼요. 다만 안타깝게도 이 시기를 활용해 부자가 되는 사람은 전체의 3% 정도뿐이에요. 나머지는 그것이 기회인지도 모르고 지나쳐 버리죠. 좋은 흐름을 포착해내지 못한 탓이에요. 

-『더 해빙』, 217쪽  


‘퀀텀 점프’라는 표현도 거창해 보이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회자됐던 말이다. 영어가 아니어서 그렇지 인간에게는 세 번의 큰 기회가 있다는 말을 어려서부터 들어왔다. 얼마나 익숙한 용어인지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는 있다』라는 책까지 있다. 




 문장은 단순한 것이 더 좋아요. ‘나는 가지고 있다(I have~)’로 지금 자신에게 있는 것을 적고 ‘나는 느낀다(I feel~)’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 돼요. 그 뒤에 감사나 감탄의 표현을 덧붙여도 멋지겠죠. 매일 쓰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한 주에 3, 4회 쓰는 것을 더 권해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써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말이죠.  

-『더 해빙』, 218쪽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적고',  "나는 느낀다"로 감정을 표현하라고 한다.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는 이제 상투적인 용어가 됐을 정도다. 적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인데 해빙 노트라는 것도 그 흔한 감사 일기, 감정 일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여기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집중하라는 말은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않도록 어른들께 들었던 말이다.  새삼스럽게 '있음'에 마음을 두면 책에서 말하는 “부와 행운을 만나는 출발점"이 되려나. 마법의 감정이라고 하는 Having에 집중하면 부자가 되려나. 


“Having은 단 돈 1달러라도 ‘지금 나에게 돈이 있다’는 것에 집중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하는데, 정말 집중하면 부의 기운을 끌어와 부자가 되려나?  모를 일이다. 실행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긍정의 감정만으로 성공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조선 시대의 선비처럼, 우리의 부모들처럼 자기 분수를 알고 현재에 만족하면 비록 부자는 못 돼도 편안하게는 살아가지 않을까.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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