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순희 May 02. 2021

사랑은 전혀 사치가 아닙니다

일과 사랑의 등가적 역량을 보여 준, 『사랑은 사치일까』

실비아 플라스를 동시에 두 권의 책에서 만났다.

한 권은 『남아 있는 날들의 글쓰기』에서였고 다른 하나는 『사랑은 사치일까』에서였다.

『남아 있는 날들의 글쓰기』에 나온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앤 섹스턴은 플라스에게 바친 시 「실비아의 죽음」에서 자살을 그들의 “소년‘으로 표현했다. 자살은 두 사람 모두 평생 집착했던 대상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그리로 갔나요,
내가 그리도 오래, 간절하게 원했던 죽음 안으로
혼자 그렇게 갔나요......     
- 『남아 있는 날들의 글쓰기』, 123~124쪽      




엔 섹스턴 역시 ‘자살’을 갈망했기에 자신보다 빠른 선택을 한 실비아 플라스에게 “내가 그리도 오래, 간절하게 원했던 죽음 안으로” 어떻게 혼자 갈 수 있었냐며 토로한다.   

엔 섹스턴이 그리워했던 시인 겸 소설가인 실비아 플라스는 어린 남매를 남겨둔 채 가스오븐을 틀어놓고 자살했다. 실비아 플라스와 친분이 있던 시인 앤 섹스턴은 그녀가 목숨을 끊자 그녀에게 바치는 만가輓歌를 썼다. 앤 섹스턴  역시 자살을 선택했다. 47세 되던 해에 자동차 안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촉망받던 시인이자 작가인 실비아 플라스에게 테트 휴즈라는 걸출한 시인을 만나면서 그녀의  불행은 시작된다. 미국인인 그녀는 케임브리지로 유학을 간다. 한 파티 장에서 영국의 계관시인 테드 휴즈를 만나자마자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져버린다. 테드 휴즈와 결혼한 실비아 플라스는 테드 휴즈의 외도로 인해 별거를 하게 된다. 별거 직후 광적으로 창작활동에 매진하지만 외로움과 고독으로 31세의 나이로 자살을 감행한다. 사랑하는 이의 공격과 배신은 실비아 플라스처럼 자기애가 강한 여성의 자존감에 커다란 스크래치를 입히고도 남았으리라.    

  

플라스의 자살에 테드 휴즈가 원인 제공한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는 플라스가 쓴 일기 한 권을 그녀가 자살하기 직전에 통째로 폐기해버려 페미니즘 진영으로부터 공격과 비난을 받았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테드 휴즈는 ‘망각이 생존의 조건’이라고 되받아쳤다.

     

페미니스트들은 선구적으로 활동한 여성 문인들의 삶을 통해 정신적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고 했다. 페미니스트이자 운동가인 벨 훅스 역시 그랬다.

사랑을 향한 탐구에 길잡이가 필요했던 벨 훅스는 『사랑은 사치일까』를 통해 고백한다. 좋아하는 문학적 멘토들의 삶을 공부하면서 사랑에 관한 확신을 갖도록 했다고.  

    

좋아하는 여성 작가들의 삶을 공부하며 나는 그 문학적 멘토들이 사랑을 향한 나의 탐구에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바랐다.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열렬한 팬인 나는 그녀가 아이들이 깨기 전 새벽 일찍 일어나 시를 써야 했다는 구절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곤 했다. 또한 플라스가 작가, 아내, 그리고 엄마로서의 여러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다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서 울어버렸다.

- 『사랑은 사치일까』, 127쪽     


똑똑하고 성공한 여성들이 자신의 욕구와 삶 속에서 실족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왔다. 많은 것을 성취한 젊은 여성에게 가부장적인 지배 문화는 가혹하게 대했다. 공적인 영역에서 여성들이 확고한 생각이나 자주적인 태도를 드러냈을 때 이들은 지배 문화와 맞서야 했다. 그녀들을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자기표현을 중시하고 권력과 성공을 원하는 여성들은 사랑에 대한 지식이나 욕망이 부족하다는 추정” 때문이었다.   

   

대중문화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퍼뜨리는 데 기여를 했다. 성공한 커리어우먼은 사랑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거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생산했다. 심지어 이들 여성들이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설파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을 일에 할애하고 있는 여성들이 사랑보다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길 거라고 예단을 했다. 가부장적인 사회는 여성이 일과 사랑 모두 열정적으로 매진하고 헌신할 수 있다는 생각을 수용하지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페미니스트 나 똑똑한 여성들에 대한 적개심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벨 훅스는 “일에 대한 열정적 헌신은 언제나 사랑의 중요성에 대한 내 인식을 강화시켰다”라고 털어놓는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일과 사랑 사의의 연대에 관한 지혜로운 글이 적힌 카드가 있다.

   

“다른 많은 것에 대해서도 그러하듯이 사람들은 인생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오해한다. 사람들은 오락과 재미를 일보다 더 행복한 것으로 여겨 사랑을 오락과 재미로 만들었다. 그러나 일만큼 행복한 것은 없으며, 지극한 행복인 사랑 역시 일과 다름없다.”

의미심장하게도, 성공한 여성이 삶에서 사랑과 성공의 중요성을 주장할 때면, 일을 택한 것에 대한 대가로 사랑을 부정하라는 성차별적 사고를 마주하게 된다. 내가 일보다 사랑을 우선시하는 이유는, 건강한 자기애가 없다면 나의 가치를 비롯해 일을 통해 성취한 모든 가치가 저평가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사랑은 사치일까』, 191쪽


사랑은 사치라고 하지만 사랑은 사실 일과 한 몸을 갖고 태어난 샴쌍둥이와 같다. 일만큼 잔잔한 쾌락을 가져다주며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없다. 지극한 행복인 사랑 역시 일과 동급이다.  

자아실현을 이루고 사회적 성취감을 느낀 여성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유대에 의지한다는 사실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벨 훅스는 피력한다. 많은 페미니즘 사상가와 예술가, 작가들은 가부장적 체제에 저항하는 여성이 고통받고 고난에 처하기를 바라는 무심한 대중에게 공격받아 고립되었다.   

    

사랑은 용기 있게 자아실현을 이뤄낸 여성,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여성 곁에 더 가까이 존재한다고 벨 훅스는 말한다. “사랑은 우리가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해 주고 부끄러움이나 가식 없이 다른 사람에게 열려 있게 만든다.”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가 이를 증명한다. 그녀는 비록 연인은 없었을지는 몰라도 사랑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채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는 자서전 『생의 수레바퀴』를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      


“사랑이 있다면 모든 것은 견딜 만하다.
나는 당신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기를 소망한다
. 유일하게 영원한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을 향한 여성의 진리 탐구는 인생에 관한 모든 것이기에 결코 사랑은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이성애적 관계를 제대로 구축하고 싶어서 자기 계발서 작가들이 쓴 사랑에 관한 책을 손쉽게 집어 든다. 하지만 이 책들은 친밀한 관계에 관한 방법만 알려줄 뿐이지 정작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관계 개선을 위한 전략만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분명한 것은 ‘사랑을 만들어 가는 것’과 관계가 ‘작동’하게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온전한 자아실현을 이루고 사랑을 알고자 하는 권리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벨 훅스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7855049    

http://www.yes24.com/Product/Goods/96006050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shopNo=0000400000&sc.prdNo=344141269&sc.saNo=003002001&bid1=search&bid2=product&bid3=title&bid4=001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88700745&orderClick=LEa&Kc=         



매거진의 이전글 이젠 소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