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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y 12. 2021

잠자는 개는 그냥 놔두어야 할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대화의 심리학』

모든 갈등의 씨앗은 대개 대화로부터 비롯된다.

대화의 중요성을 알기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전국단위 자율형 사립고나 국제고 등의 자소서를 쓸 때 염두에 두는 것이 있다. 바로 협력과 배려 나눔, 갈등 관리 등에 관한 것을 쓴다. 대입 자소서 3번 문항도 이와 같은데 면접 준비할 때도 이 항목에 집중해서 기록한다.

      

기숙사에 입소해 단체 생활을 하는 경우에 이러한 가치는 특히 빛을 발한다. 한 공간에서 먹고 자고 함께 해야 하는 시간이 오랜 기간 지속되다 보니 상대에 대한 나눔이나 배려와 협력과 같은 덕목이 요구된다. 원만한 대인 관계를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되는 성품이다. 이 또한 대화로 시작된다.   

   

옛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말만 잘해도 어려운 일은 물론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해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말, 대화의 힘은 막강하다. 타인을 위한 나눔이나 협력을 할 때 상대를 배려한 대화는 인간관계를 밀도 높게 만든다.      


대화의 힘을 간파한 책이 있다. 바로  『우주인들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받을 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 대화 책』이다. “이 책은 2003년 출간된 『대화의 심리학』의 10주년 개정증보판입니다”라고 일러두기에 밝혔듯이 15년 만에 제목을 바꿔 새롭게 단장해 출간됐다.

서문에는 이 책의 전자책 버전이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25개 언어로 다운로드됐다고 설명한다.  우주인들이 제일 많이 빌려 읽은 책 중의 하나로 기록됐단다.    

  


우주 정거장은 아주 협소한 공간으로 일단 들어왔으면 그 누구도 마음먹은 대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기숙사처럼 갈등이 발생하기 쉬운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모든 갈등의 대부분은 말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주인들이 ‘대화, 협상, 문제 해결’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 팀의 ‘하버드식 대화법’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살다 보면 어려운 대화를 꼭 해야만 할 때가 있다. 어려운 대화를 지속하는 것은 참으로 고단하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말하자면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작든 크든 모든 스트레스의 원인은 죽을 만큼 ‘하기 싫은 소리’를 해야만 할 때이다.

총대를 메고 말해야 할 상황은 왜 그리 자주도 오는지.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어려움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손에 들었다.  

     

지난 30년간 하버드협상프로젝트팀은 수많은 갈등 사례의 분석 결과 크게 세 가지 패턴으로 인간관계의 갈등을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바로 갈등 대화, 감정 대화, 정체성 대화이다.

하버드협상트로젝트팀이 보기에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은 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이 세 가지 유형에 속했다. 사람들은 세 가지 유형의 대화 안에서 서로에 대한 생각이나 감정을 왜곡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책에서는 갈등 대화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대부분의 어려운 대화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혹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이 수반된다. 즉 누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누가 옳은지, 그 말을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누구의 잘못인지에 대한 설명이 다르다는 것이다.

- 『우주인들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받을 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 대화 책』, 35쪽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은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사람들은 자신의 ‘옳음’에 대한 촉수가 발달되어 있다. 그렇기에 누가 옳은지 판단을 하고, 상대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반응할 때는 그 의도가 무엇인지 끝없이 헤아려 보게 된다. 이러한 갈등이 일어나는 까닭은 누구의 잘못인지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설명 또한 다르게 할 수밖에 없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에 들어갔다가 중간에 일반고로 전학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성적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하지만 룸메이트와의 갈등 때문이거나 단체 생활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그 어렵게 들어간 학교도 손을 놓고 만다.   

    

모든 어려운 대화에는 감정과 관련한 질문과 대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나의 감정이 타당한 것인가, 부당한 것인가? 나의 감정을 인정해야 하나, 부정해야 하나? 그것을 표현해야 하나, 억제해야 하나? 상대방의 감정에 대한 나의 대응은 어떤가? 그들이 화를 내거나 상처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주인들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받을 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 대화 책』, 35쪽        


‘감정 표현’처럼 말로 직접 표현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간의 감정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드러난다. 대화에는 감정이 얽혀 있기에 어떤 모습으로든 상대에게 전달된다.

말의 내용보다도 표정과 같은 감정을 담은 비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다. 비언어적 요소가 98% 이상의 높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UCLA의 심리학과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교수는 주장한 바 있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에 말투나 표정, 눈빛과 같은 “행동의 소리가 말의 소리보다 크다”는 비언어적 요소를 강조했다.


사진 출처: 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candoit88&logNo=30164387613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몸짓과 같은 시각 55%, 음색, 목소리, 억양과 같은 청각 38%, 말의 내용인 언어 7% 라는 “메라비언의 법칙‘은 감정 대화의 중요도를 자리매김하게 한다.         



감정을 이해하고, 말하고, 관리하는 것은 중요하면서도 도전해야 하는 과정이다. 물론 감정에 대해 바로바로 얘기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런 연유에서 “잠자는 개는 그냥 놔두어야 한다”라는 격언도 있다. 하지만 감정 대화의 기술이 부족하면 잠자는 개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개, 잠을 방해하는 개까지도 회피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3. 정체성 대화
문제 상황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 자기 자신과 주고받는 대화다. 그 상황과 관련해서 그것이 자신이 유능하다는 의미인지 아닌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내면적인 논쟁을 벌인다. 자신의 이미지와 자존심, 미래, 그리고 자신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생각한다.  

- 『우주인들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받을 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 대화 책』, 35쪽     


“가장 미묘하고 가장 어렵다”라고 표현한 정체성 대화를 말한다. 앞선 대화들이 상대방과 나의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춘 대화였다면, 정체성 대화는 이 상황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 자기 자신과 주고받는 대화다.      


그런데 정체성 대화도 엄밀히 말하면 감정 대화와 다를 바 없다.

책에서는 정체성의 세 가지 핵심 요소로

 “나는 능력이 있는가?”, “나는 착한 사람인가?”,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언급한다.

 능력을 따지고 선함을 판단하고 자격을 논하는 것 모두가 자신의 감정에 토대를 두고 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도 나와 있듯이 수업을 시원찮게 하는 교수들도 자기 수업의 질이 80% 이상 질이 높다고 대답을 했다. 실제로는 15%의 평가밖에 못 받았다. 능력조차도 감정에 좌우됨을 볼 수 있다.      

‘갈등 대화’에서 소개하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수용하는 ‘그리고 대화법’이 살아가면서 꽤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하나의 이야기를 선택하려고 하지 말고, 둘 다 수용하는 것이 바로 ‘그리고 대화법’이다.”


언뜻 보기에 기회주의적으로 들리겠지만 다른 사람의 받아들인다고 해서 자기의 이야기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대화법’을 활용하면 “사물을 보는 개개인의 관점과 느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자기가 무엇을 하게 되든지, 자기 생각이 상대편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든 안 미치든 간에 양쪽의 견해는 모두 중요하기에 나의 마음을 고요히 하는 데 ‘그리고 대화법’은 장착해둘 만하다.

나의 유쾌한 정서를 위해 잠자는 개는 그냥 자게 놔두기보다는, 두들겨 깨워서 맑은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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