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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l 25. 2021

진분위귀(盡分爲貴)로 경쾌한 존재감을 허許 하노라

『아무튼, 경쾌한 존재감』의 제목이 ‘어쨌든 경쾌한 존재감’으로 읽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아무튼: 의견이나 일의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떻게 되어 있든.
어쨌든: 의견이나 일의 성질, 형편, 상태 따위가 어떻게 되어 있든.   


‘아무튼’이나 ‘어쨌든’이나 유의어로 함께 쓰는 것은 맞다. 그런데도 존재감이란 ‘어쨌든’ 경쾌해야지만 무리가 없을 듯해서 그 말이 입에 계속 붙었나 보다.  


최미정 박사는 『아무튼, 경쾌한 존재감』에 조직행동 전문가로서 인적자원개발 HRD 전문가로서 그동안의 연구 경험인 '가치'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담아냈다. ’경쾌한 존재감‘은 ‘가치로운 사람, 가치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경쾌한 존재감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나(자신), 일, 사람이라는 3가지 뿌리가 건강해야 함을 역설한다.      


경쾌한 존재감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뿌리 1(나 자신) 스스로에 대한 가치감 가지기

      -스스로에 대한 가치감 인식

뿌리 2(일): 일을 통한 가치 만들기

      -어떤 활동이 가치를 생산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기

뿌리 3(사람): 함께 시너지 만들기

     - 함께 시너지를 만들며 조화롭게 살아가기

줄기(정서): 경쾌한 정서 발산하기

     - 경쾌함을 발산하는 에너지와 모습을 구현하는 것     



출처: 『아무튼, 경쾌한 존재감』,,35쪽



책을 읽다 보면 나의 경험과 병치되어 자연스럽게 감정이입 되는 부분이 있다.

이 책의 1장 <그대 어떤 모습으로 ‘거기’ 있는가?>의 “민망한 존재감”이 그랬다. 소개된 내용을 읽으면서 격한 공감을 했다.

저자의 경험이다. 붐비는 지하철에서 노숙하는 듯한 할머니가 배낭을 메고 빨간 우산과 여러 개의 비닐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 할머니는 출입문 바로 앞 왼쪽 구석에 있는 저자를 밀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출입문이 닫혀는 찰나 할머니 배낭이 문에 끼이려고 하자 순간적으로 배낭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앉은 채로 넘어진 할머니는 도움을 준 저자에게 욕을 퍼붓고는 그 빨간 우산으로 종아리를 연이어 후려쳤다.      


‘할머니 가방이 문에 끼일까 봐 도와드린 거예요’라는 말도 못 하고 민망한 마음에 다급하게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버린다.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행동했어도, 상대방이 원래 의도를 알지 못하면 나쁜 의도로 바뀔 수가 있구나”, “원치 않은 도움은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자신을 되돌아본다. 할머니가 배낭을 빼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도와주었다면 봉변보다는 오히려 감사 인사까지 받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그래도 할머니께 화를 내지 않은 자신을 위로한다.      


내게도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다.  

늦은 저녁 마트에서 장을 보고 걸어오는 데 노숙자인듯한 할머니 한분이 오거리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 계셨다. 등짐처럼 커다란 배낭을 메고 한 손에는 지팡이와 비닐 봉다리 서너 개를 주렁주렁 들고 있었다. 몇 번의 신호가 바뀌어도 그 자리에 있었다. 할머니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은 데다 길을 모르시나 싶어 주시하고 있었다. 다음번 신호가 바뀌어도 이리저리 눈만 굴리며 어디를 찾는 눈치셨다.    

  

보다 못해 다가가 “어르신, 혹시 길을 잃으신 거예요. 어디 찾으셔요? 제가 이 동네 살고 있으니까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하면서 웃는 얼굴로 여쭤봤다. 순간 깜짝 놀랐다. 할머니 눈에 노여움이 가득했다. 짝 째려보면서 악을 썼다. “길을 잘 가고 있는데 XX 년이 말을 시켰다”며 쌍욕을 했다. 그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돌아봤다. “할머니 제가 길 찾는 거 도와드리려고 그랬던 거예요.”란 말도 못 하고 황급히 그 자리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민망한 존재감’에서 저자는 화내지 않은 자신에 대해 서운하지도 억울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대인배가 못 돼서 그런지는 몰라도 집에 돌아와서 엄청 나 자신을 질책했다. 그놈의 오지랖은 언제쯤 고쳐지려나 후회가 막심했다.

      

어쨌든 『아무튼, 경쾌한 존재감』에서는 “어디서든 그대가 가볍고 가치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경쾌한 존재감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 모습은 자신의 선택에 이뤄지는 것임은 분명하다. 저자는 ‘아무튼, 경쾌함의 존재감’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린다.      


“몸과 마음이 가볍고 건강하게,
이 시간과 공간에서 선한 에너지를
조화롭고 가치롭게 있음을 선택하는 것”           



경쾌한 존재감을 위해 ‘나 자신’은 ‘가치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책에는 ‘가치 있는 사람’과 ‘가치로운 사람’을 구분하고 있다. 전자가 누군가의 평가에 의해 측정된다면 후자는 누구의 평가에 상관없이 그 자체가 귀함을 의미한다. ‘가치로운 사람’은 ‘자존감’과 연결된다.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기고 존중하는 존중하는 마음이 있기에 타인의 평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가치 사이클(value cycle)은 일을 통한 삶의 작동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이라는 활동을 할 때마다 ‘가치 사용과 가치 생산에 대한 감각을 깨우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이 깨어난다면, ‘지금 여기’에 깨어 있을 수 있으면서, 몰입할 수가 있다. 내가 사용하는 가치들을 느끼면서 감사를 느끼고, 내가 생산하는 가치 목록들을 느끼면서 살아있음과 나의 가치감을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이다.

- 『아무튼, 경쾌한 존재감』, 104쪽


일을 할 때마다 '지금 여기'에서의 감각을 깨운다. ‘자기 인식 self-awareness을 바탕으로 하여 '프레즌스(presence)를 형성하게 되는데, 그 결과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105쪽  )

   

‘프레즌스’의 사전적 의미는 존재감, 실재감을 의미한다. 그러나 에이미 커디 교수가 말하는 ‘프레즌스’의 의미는 다르다. “자신의 진정한 생각, 느낌, 가치 그리고 잠재력을 최고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조정된 심리상태”로 ‘프레즌스’를 명명했다. 프레즌스의 상태를 유지하려면  자신감, 평정심, 몰입이 요구된다.      

            


자신감과 평정심으로 무장된 '프레즌즈'의 상태가 되면 건강하면서도 선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경쾌한 존재감으로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타인에게도 축원할 수 있게 된다. 가치로움을 선택하기에 자존감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기게 하루하루가 알차다.  


일상에서의 경쾌함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일터에서 충만감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최고의 희열’인 충만감은 '진분위(盡分爲貴)'를 가져다준다. 진분위기는 ‘자기 본분을 다하는 것이 귀함이 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진정성을 가지고 자기 본분을 다할 때 그 자신이 귀한 사람이 된다.  따라서 일터에서의 충만감은 경쾌한 존재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리처드 기어(Richard Gear)가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했던 것처럼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당신이 평온하기를, 당신이 행복하기를"기원하고 싶은 날이다.



하여, 진분위귀(盡分爲貴)로 경쾌한 존재감을 허許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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