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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ug 03. 2021

글쓰기 공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저는 성인들 대상으로 책 쓰기·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어요.

책쓰기에 앞서 우선 책을 쓰려면 기본적으로 글쓰기가 되어 있어야 해요. 책 쓰기는 글쓰기와 다르다는 데 그렇지 않아요. 아무리 콘텐츠가 더라도 그것을 글로 담아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하루하루가 모여서 한 달이 되듯이 글 한 편 한 편이 쌓여서 책 한 권이 되는 거니까요.


단단하고 밀도 있는 책을 쓰려면 촘촘하고 정교한 글들이 각각 있어야 해요.

보통 책 한 권은 30개의 소제목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한 개의 소제목인 글 한 편은 처음·중간·끝이라는 3단 구성이나 기승전결과 같은 4단 구성으로 만들어집니다. 구성의 단계에 맞춰 체계가 잡힌 한 편의 완성된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지요. 글을 잘 쓰려면 다양한 독서로 무장해야 되는 것은 물론이구요.



'쓰기'라는 아웃풋은 '읽기'라는 인풋이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제가 하고 있는 책 쓰기 강의는 단독 저자를 목표로 진행하는 거예요. 단독 저자를 고집하는 이유는 퍼스널 브랜딩을 하기 위해서지요. 전문가로서 인정받으려면 포털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을 쳤을 때 네이버 인물 등록으로 검색이 되어야 합니다. 네이버 인물 등록은 단독 저자로서 저서가 있을 때만이 가능해요. 단독 저서가 있은 뒤로 공저로 쓰는 건 괜찮지요. 힘들어도 단독 저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성인들은 두 달만 지나도 변수가 많이 생기기에 8주 교육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한 달 동안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목차를 짜야 해요. 나머지 한 달은 정말 매일매일 소제목 한 편씩 써서 두 달 내에 초고를 완성해야 합니다. 수도승처럼 절제하고 칩거하며 사는 것이 필요해요.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마늘과 쑥만 먹고 100일 동안 햇빛 보지 않고 지냈듯이 집필하는 동안은 면벽 대사가 되어야 합니다.


또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공간에서 하는 게 중요해요. 무엇보다 정해진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헬스장 끊어놓고 못 가게 되는 경우랑 같아요. 물론 아무 때나 시간 나는 대로 쓴다는 사람도 있어요. 그건 한 편의 글이 아니라 메모에 가깝지요. 책을 쓰겠다고 결심했으면 원칙을 정하는 게 필요하지요.


성인들 글쓰기도 학생들 글쓰기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고3 학생들 논술 대비는 기출문제의 모범 답안을 단락별로 분석한 다음에 베껴 쓰는 작업을 합니다. 단락별로 소주제문과 뒷받침 문장을 찾은 다음 최소 3번 이상 베껴쓰기를 하게 하지요. 이게 다가 아닙니다. 소주제문과 뒷받침 문장 찾아놓은 것만 보고 복기하듯이 글을 써보게 해요. 이렇게 해서 한 편의 글이 완성이 되면 원래의 모범 답안과 비교해 보는 과정을 거칩니다. 빠진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으면 더 넣고, 또 쓸데없는 것은 삭제하지요. 몇 번의 단계를 통해 단락의 기능과 단락의 형식을 자기 것으로 익힐 수 있어요.  


단락 쓰기가 아주 중요해요. 글 한 편의 분량은 보통 5~10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사실 단락의 개념이 확실하게 잡히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단락은 여러 개의 문장이 모여 있는 건데, 하나의 단락에는 하나의 생각만 담아야 하지요. 이론으로는 알아도 실제 써온 글들을 보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문장 하나하나는 정교하게 잘 쓰는 사람도 단락을 구분하지 못하고 써내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단락의 구성 원리를 모르다 보니까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거지요.


쓰기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나라별로 글쓰기 교육현장을 다니며 현장을 취재한 신문 기사가 있었어요. 거기서도 단락의 중요성을 언급했어요. 한국 학생들이 단락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면서, 이는 단락 전개의 원리에 따라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훈련이 덜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내용이었어요.

단락의 소주제문을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보스턴 베이커 스쿨의 쉬마 컬스타인 교사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해 볼까 해요.  


“우선 단락의 소주제문 작성법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둔다. 1~2차례 정도의 시간을 여기에 사용한다. 그다음, 소주제문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문장 전개 방식을 지도한다. (소주제문에 이어서 써야 하는) 뒷받침 문장들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상술하고, 어떻게 예를 드는지 익히게 한다. 이런 모든 과정을 수업시간에 마친다.”


단락의 중심 생각은 글의 중심 생각인 주제랑 다르게 '소주제'라고 구분해서 쓰고 있어요. 단락마다의 주제이기 때문에 전체 주제보다 작다는 의미에서 '소주제'라고 부르고 있지요. 소주제를 문장으로 쓰면 소주제문이 되고요. 이때 소주제문을 앞에 놓거나 뒤에 놓기도 하지요. 뒷받침 문장은 소주제문을 부연 설명하거나 강화하는 역할을 해요. 예시를 들거나 공통점이나 차이점으로 비교 대조하거나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거나 원인과 결과인 '인과'로 중심 문장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요.  


책 쓰기 수업에서의 글쓰기도 고3 논술 대비할 때처럼 기출문제를 갖고 연습하고 있어요. 이때 기출문제란 자신이 쓰고자 하는 분야의 출간된 책을 말하는 거지요.


아래 이미지는 『하버드대학 입학생들의 글쓰기는 어떻게 다른가』에서 「위대한 수업」을 갖고 단락별로 소주제문을 찾아서 연습해 본 거예요. 단락별로 문장의 수와 글자 수까지 분석했어요. 분석한 것을 토대로 그래픽 조직자를 완성했고요. 그래픽 조직자로 뼈대를 잡았기 때문에 그 글을 보면서 단락의 형식이나 기능을 자연스럽게 숙지할 수 있지요.


출처: 『하버드대학 입학생들의 글쓰기는 어떻게 다른가』의 「위대한 수업」을  워드 작업해 단락별로 문장수와 글자 수를 기록한 것입니다.


「위대한 수업」은 6개의 단락으로 구성해 1863자를 쓴 글입니다.

첫 번째 단락에 아인슈타인은 괴짜인데, 과학 교사들 중 오직 한 사람만이 아인슈타인과 견줄 수 있다고 해요. 자신에게 영향을 준 마이클 피터슨 선생님을 말하기 위해 서두를 시작하고 있어요. 피터슨 선생님은 아인슈타인처럼 과학을 이해하고, 이해한 것을 다른 이에게 심어줄 줄 알았다고 해요.


두 번째 단락에서 피터슨 선생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마치 피터슨 교사가 바로 우리 앞에 있는 것처럼 머릿속으로 그려집니다. 반 바지 차림에 양말을 신지 않은 채로 캐주얼화를 신고 있어요. 밤새 연구하느라 눈 밑에 푹 패인 다크 서클로 에너지 음료를 들고 있는 피터슨 선생님이 상상이 되지요. 이  단락에서도 아인슈타인을 놓치지 않아요. 피터슨 선생님은 아인슈타인처럼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시간을 자신이 목표하는 것에 할애했다고 표현합니다. 피터슨 선생님의 수업 방식에 관해 쓴 것이 세 번째 네 번째 단락이에요. 창의성과 실용성을 중시해 학생들에게 참여형 과제물과 창의적인 리포트를 쓰게 했어요. 독립적 사고와 문제해결력을 피터슨 선생님에게 배울 수 있었다고 토로하지요. 여기서도 아인슈타인을 언급해요. 지식도 상상력 없이는 아무 쓸모가 없다던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며 아인슈타인 안에서 머무르고 있지요.


그렇지만 당대의 천재들이나 괴짜들은 세상의 이해를 얻지 못했어요. 다섯 번째 단락에는 학교 당국의 요구에 따르지 않아서 실직하게 된 피터슨 선생님의 상황이 나옵니다. 학생들에게 분명 효과적이고 성적 또한 올랐어요. 다음 수업이 기다릴 정도로 아이들과의 호흡도 잘 맞았지요. 교과서대로 수업하거나 퇴직하라는 학교의 요구에 선생님은 후자를 선택하게 되지요.


마지막 단락은  보통 재 진술하며 압축합니다. 제언이나 과제를 제시하거나 전망하면서 마무리를 하지요.

여섯 번째 단락에서는 과학을 사랑하는 법과 창의성을 존중하고 자신의 이상에 진실할 것을 가르쳐준 선생님의 영향력은 영원할 거라고 전망합니다.


그래픽 조직자만 보고 글을 다시 한번 써보는 거예요. 쓴 글을 원문과 대조해 자신이 첨삭하면서 글 실력이 늘게 되지요. 이러한 수순을 책 쓰기 배우러 오시는 예비 작가님들한테도 알려 드리고 있습니다.

벤치마킹할 책에서 도움이 될 만한 모범 글을 찾아오게 한 다음 똑같이 함께 해보게 하는 거지요. 출간된 작가의 글로 연습을 하면서 글 한편을 완성 하는 힘을 배우고 기를 수 있습니다.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라는 표현은 피카소가 한 말이지요. 

피카소의 말을 자주 인용했던 스티브 잡스처럼 남들이 잘 써놓은 최고의 글을 그래픽 조직자에 넣어보는 연습을 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들의 표현이나 전개 방식을 훔쳐서 내 글에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제 책이 출간됐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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