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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독한 연애 이영식

by 진순희

참, 독한 연애


이영식



늘 혼자였던 집

밥풀때기만한 집에 불이 났다

불구경꾼 하나 없도록

충분히 외로웠던 집

안팎을 이 잡듯 뒤져보았으나

발화점은 오리무중이다

말과 말

이물감의 질료들이 충돌하며

노이즈가 발생하는 집

불타기 위해 세워진 집이다

다량의 인화물질이 내장된 벽

누군가의 입술에서 호명되는 순간

불타서 사라지는 집이다

어깨만 툭 치고 지나도 불꽃이 튀지만

얼음같이 서늘한 눈빛으로

불씨 지닌 가슴을 알아보는 집

견고한 침묵의 가시관에

청동빛 고독이 슬어있는 유배지

언어의 집이다

질문만 있고 답을 얻지 못하므로

늘 뜨거운 소용돌이가 지키는

성체, 시인들이 가만히 무릎 꿇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참, 독한 연애다


캡처-사랑.PNG 출처: Pixabay



이영식 선생님.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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