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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무'가 달려왔다

by 진순희

'작은 나무'가 달려왔다


이영식



네 살배기 꼬마가 달려왔다

엉거주춤 엎드려 받아 안은 내 품으로

함박꽃 한 다발이 뛰어들었다

함박웃음은 혼자 달려온 게 아니었다

손에 들린 바람개비가 딸려왔다

종종걸음 꽁지에 천사어린이집이 딸려왔다

빈 도시락이 딸랑거리며 딸려왔다

함박꽃 피워낸 햇볕도 바람도 딸려왔다

세상 별의별 꽃향기들이,

온갖 꿈 푸른 날개들이 딸려왔다

태어나 첫울음 터뜨린 뒤

고개 들고, 뒤집고, 기고, 앉고, 걷고...

일순 쉼도 없이 켜켜이 쌓아 올린 생명책이

17kg의 살과 뼈를 품고 딸려왔다

주름살로 접힐 뿐인 내 저녁의 시간 앞에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달려왔다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다시 품고

한아름 함박꽃 웃음으로 핫핫

내달려오는 것이었다



*포리스트 카트 Forest Carter 著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서 인용함. 주인공 인디언 꼬마의 이름이 “작은 나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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