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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이라는 말

by 진순희
출처: Pixabay



'흐름'이라는 말


이영식


적벽강赤壁江


한여름 강물에 발 담가본다

염천에 달아올랐던 몸의 열기 잦아들자

물밑 조약돌 눈 뜨이기 시작한다


돌의 결이 매끄럽다

숨겼던 혀 내밀어 서로 핥아주며 흘러온 듯

각 세웠던 모서리가 다 닳았다


부딪고 뒹굴며 수없이 갈아엎고야

내 발바닥에 닿았을 것이다


무릎 걷고 몇 걸음 더 다가서자

흐름이라는 말이 조용히 가로막는다


속도와 방향만 보며 달려온 길

이제는 깊이를 생각할 때가 아니냐고

시퍼런 물낯 밖으로 나를 밀어내는 산 그림자


바위병풍에 꼭 붙들린 채 꼼짝없다

흐름, 멈추고 저 혼자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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