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순희
인류의 역사는 이야기의 역사이며, 이야기의 역사 속에는 우리 인간들의 삶이 모두 간직되어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옛이야기도 있고, 오늘날의 이야기도 있고,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도 있다. 옛이야기는 옛날에 있었던 사건이나 경험 등을 말하고, 오늘날의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들이 말을 주고받으며 이끌어 나가는 삶의 현장을 말하고,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는 공상이나 상상의 산물들을 말한다. 희극이나 비극, 또는 소설이나 서사시의 이야기는 그러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제가 상호 겹쳐지면서, 때로는 회상적으로, 때로는 현실적으로, 때로는 공상적으로 그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이끌어 나간다.
인간은 말을 할 줄 아는 동물이고 사유하는 동물이며, 인간은 또한 사유의 내용을 이야기로 기록하여 인간의 한계를 돌파하며, 가장 찬란하고 화려한 문명과 문화를 구축해왔다고 할 수가 있다.
진순희 시인의 [삼색 볼펜 심心과 놀다]는 언어의 놀이의 극치이며, 이 언어의 놀이를 통하여 ‘三色의 킹덤 이야기’를 구축해낸다. 볼펜심이란 볼펜의 내부에 잉크로 채워진 가느다란 대롱을 말하고, 삼색 볼펜심이란 하나의 볼펜 속에 검정, 파랑, 빨강의 세 개의 볼펜심이 있다는 것을 말하며, [삼색 볼펜 심心과 놀다]는 이 세 개의 볼펜심에 시인의 ‘3 가지 마음’을 더하여 ‘三色의 킹덤 이야기’를 구축해냈다는 것을 말한다.
‘三色의 킹덤 이야기’는 삼색의 볼펜심과 시인의 마음이 손을 잡고 이끌어 나가는 판타지이며, 이 상상의 이야기 속에는 검정, 파랑, 빨강의 마음이 나오고, 이 삼색의 프리즘을 통하여 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검정은 얼굴 마담과도 같고, 그녀는 어느 곳에서나 불쑥 혀를 내민다. 얼굴 마담의 감언이설과 말들의 성찬에 싫증을 느낄 때면 파란 마음을 만나게 되는 데, 왜냐하면 파란 마음은 아름답고 멋진 글귀와도 같으며, 언제, 어느 때나 밑줄을 긋고 싶을 만큼의 발랄함과 영원한 젊음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나 “문제는 나의 프리마돈나”, 즉, 만인들의 주연배우인 빨강의 마음이며, 나는 빨강의 마음을 만났을 때는 “바르르 떨리는 마음”같이 심장이 뛰고, 나 자신도 모르게 “급히 꺼내드는 비장의 카드/ 나만의 새빨간 클럽 파티 룩”을 입게 된다.
진순희 시인의 [삼색 볼펜 심心과 놀다]는 삼색의 볼펜심에 인간의 마음을 결합시킨 판타지이며, 진순희 시인이 극본을 쓰고 연출해낸 모노드라마라고 할 수가 있다. 검정은 음험한 얼굴 마담이 되고, 파랑은 영원한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고, 빨강은 전인류의 마음을 사로잡는 오페라의 주연배우가 된다. 모든 이야기는 상상 속의 이야기가 되고, 이 상상 속의 이야기는 현실보다도 더 현실적인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 ‘색깔의 판타지’, ‘세 가지 마음 심’을 이리 저리 흘리거나 굴려보다가 검정, 파랑, 빨강이 만나는 “三색의 킹덤 속에서/ 내가 세우고 허무는 문장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진순희 시인의 삼색의 볼펜심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이 들어 있고, 그 마음과 마음들이 이끌어 나가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이야기는 말놀이이고, 말놀이는 연극과 영화와 문학, 또는 정치와 경제와 문화 등의 이야기가 되고, 이 이야기들은 하나의 세계가 되고, 우주가 된다.
하늘에는 별이 뜨고 별이 진다. 하늘에는 별이 지고, 또, 별이 태어난다. 천일야화, 만년야화, 그 이야기들은 끝이 없고, 인류의 역사는 영원히 지속된다.
“하늘에는 없는 별이 태어나고, 또,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