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이영식

by 진순희
캡쳐-달항아리.png 출처: 육산 김영수 제주요




달항아리


이영식



꽃나무 한 그루 심으려 땅을 파보니 폐비닐조각이 끌려 나온다. 차라리 사금파리 조각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 죽어서도 날이 선 선비 같은 사금파리에 손이라도 베었으면 좋겠다. 조각조각 이어붙이면 청자이거나 백자항아리로 다시 태어날지도 모를 정신, 한 조각이 그립다.


요즘 현대시의 밭에도 서정의 탈을 쓴 좀비들이 난무하고 있다. 시인공화국, 파종하듯 뿌려지는 시앗들이 그렇다. 독자에게 외면당해 시집 판매대도 잃고 시인끼리 돌려 읽는 불통의 언어. 뜻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느낌으로 따라오라는 오만덩어리들.


복사나무 가지 휘어질 듯 큰 달항아리가 걸린 봄밤이다. 저 은은한 달빛 녹여 누가 시를 쓰고 있는가. 누가 시를 읽고 있는가. 수복문壽福文 밥그릇처럼 따듯한, 사금파리 날처럼 서늘한, 품어 안으면 달덩이처럼 가슴 부풀어 오르는 그런 시집을 만나고 싶다.


시인이 쓰고 독자가 읽어 완성하는 상생의 시 세계로 날고 싶다.








캡처.PNG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 [사진 조현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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